한옥과 함께하는 세상 여행                 
이상현 지음│채륜서 刊

 

북촌 한옥에서 태어나 한옥에서 성장기를 보낸 독자로서는 한옥이 주는 정서는 남다르
다. 치켜 올라간 처마 끝을 보고 이상도 함께 키웠댔다. 세월이 한참 지난 이제 다시 한
옥으로 가고 싶다' 는 귀소본능을 자극하는 이 책으로 그 당위성을 세우고 언젠가는 다
시 한옥을 짓고 모시적삼 두루고 누마루에 앉아 떵떵거리며 살겠다는(아파트는 떵떵거
릴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부질 없지만.

 

한옥을 빙자해서 전혀 딴판인 유럽의 고성까지 돌아다니며 세상을 읽는다는 저자의 발
상이 발칙하지만 순하게 읽히운다. 그리곤 한옥이 품은 문화를 견주어 보는 건 의미 있
는 일이다. 한옥을 다루며 서양사와 건축물에 대한 소회를 느낄 수 있는 한옥 에세이다.
저자가 담담한 한옥을 탁해선인지 담백한 구어체로 한옥 오딧세이를 항해한다. 한옥을
빌미로 인문학적 소양을 진작시킬 수 있으니 사뭇 교양적이다.

 

그러나 책이 워낙 콤팩트한 탓인지는 몰라도 사진들과 글씨 폰트가 너무들 작아 함께하
는 한옥 탐구에 애를 먹는다. 그럴지라도 경쟁이 베이스인 사회구조에서 초조해하는 현
대인에게 담담하고 편안케 해주는 책보다 더 절실한 선물은 없다. 더더구나 주제에 걸맞
게 소담스럽고 한옥스러움이 이지하게 자리잡고 머문다. 그러나 들고 다니면서 보는 건
지는 몰라도 판형이 너무~ 작아서 구차하다.

 

한옥 때문에 하늘을 찌르는 고딕 양식의 몽생미셸 수도원에도 가고, 로마의 콜로세움에
도 간다. 중국의 사합원도 비교우위 측면에서 연구 대상이 되고, 근대를 열어 세계의 문
화를 바꾼 상업의 발전과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부르주아의 탄생도,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적 접근도 잠시나마 유추해낸다. 한옥학의 개론으로 불리우는 한옥에 대한 저술도
상당하며 현재 한옥연구소를 운영한다는 저자는 책 꽤나 읽어댔을 박식이 읽히운다.

 

한옥에 대한 인식과 철학에 대한 밀도가 탄탄해졌음은 물론이고 삶의 여정에서 한 번쯤
다시 거주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재차 들게끔 꼬신다. 이 책이말이다. 그럴 수 없음에도 말
이다. 한옥에 대한 인식과 철학에 대한 밀도가 탄탄해졌음은 물론이고 끝 갈데까지 가는
삶의 여정에서 한 번쯤 다시 거주해보고 싶은 마음이 재차 들게끔 꼬신다. 이 책이 말이
다. 결코 그럴 수 없음에도 말이다.

 

웃방에서 태어나고 시집가면 건너방으로 가고 시어머니가 죽으면 안방차지가 되는 순환
주거는 여자의 일생이며 한옥에서의 로테이션이다. 남자도 웃방에서 사랑채로 가야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