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 맏아들                             
유진수 지음│한국경제신문 刊

 

옛날엔 그랬다. 자식은 많고 호구지책은 척박한 시절에 맏아들에게 거는 기대는 컷다.
해서 맏아들에게 교육투자와 편의를 올인all-in하는 수 밖에 달리 방도도 없었고 원래
그러려니들 했다. 우리네 부모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맏아들을 선택하는 것은 가족 모
두를 대신해서 크게 성공하여, 훗날 어린 동생들을 보살필 것이라는 지극히 유교적인
선택이고 나이브한 믿음이 깔려 있기때문이다. 어쩜 당연한 일이다.

 

저자는 맏아들을 선택해(야만 하는 유교적 사고방식은 논외로 치고) 올인함으로서 잃
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단다. 꼭 맏아들을 대학에 보내지 않고, 막내를 대
학에 보내 성공하여 유명 대기업에 취업하여 부를 쌓는다면 그 것은 경제학적으로 기
회비용 Opportunity cost 이라 할 수 있겠다. 선택에 따른 희생이라는 이야기는 와닿
는다. 현재 한국 재벌의 성공도 맏아들에 올인 한 것의 결과인데 과연 대기업들이 사
회적 보상을 하는가.

 

현실은 재벌의 노블레스 오블레스는 커녕, 양극화의 펀더멘탈이였다니 아이러니하기
그지 없다. 과거 산업근대화라는 미명하에 수출 드라이브 정책은 대기업에게 엄청난
특혜를 주었고 소위 오늘날의 1%를 창출해냈다. 그뿐이였다.  나머지 99%는 계속 가
난에 허덕이고 있다. 마태복음 Matthew principle이 말하듯, 부익부빈익빈만 더 심화
될 뿐이다. '무릇 있는 자는 더욱 넉넉해지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다.

 

이런 주제의 책에 영락없이 등장하는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하버드
대 마이클 센델 교수가 제시한 분류에 따르면 맏아들(재벌)의 경우 도덕적 의무는 연
대적으로 져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싶어 한다. 이 가난한 집 맏아들論의 저자 유진
수는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로 맏아들의 숙명(?)적 보상의무를 지적하는 책이다. 서
울 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와서 곧 미국 버클리대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쟁쟁한
석학의, 맏아들의 사회적, 도덕적 의무에 대한 질타에 다름 아니다.

 

경제적으로 다들 못살 때, 독재가 정치랍시고 나대는 긴조(긴급조치)시대에 살아본 독
자에게는 생소하지 않은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이 책에는 공감의 등식이 많다. 99%의
희생으로 성공했으니 적당히 토해 놓으라는 주제다. 분배니 정의니 도덕이니 노블레스
오블리주니 에둘러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공정거래와 경제정의로 기염을 토하는 저자
의 다음 번 저술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