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세계사                               

이성주 지음│추수밭 刊

 

입담 좋은 문화콘텐츠 창작자인 저자가 역사를 보는 시각은 정반합의 영역에서 벗어나
결코 삐닥하진 않지만 재미지고 엽기적인 프리즘으로 접근하려는 자세를 견지한다. 가
령, 역사의 운명은 우연과 타이밍으로 만들어졌다고 보는 측면에서 엔터테인먼트는 필
요하겠다. 역사는 고루하지도 않을 뿐더러 현실과 동떨어지지도 않고 괴리돼 있지도 않
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게다가 역사가 현실과 함께 있다니 역사의 시의성을 무시하는 시각이 재미와 영감을 준
다. 허긴 역사도 엔터테인먼트로 수익을 내고 있는 장르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잖은가.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대 정치권력이 인정한 사실의 기록일 뿐이다
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저자의 촌철살인적 어휘구사는 인정하고 들어가는 게 편하다.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대 정치권력이 인정한 사실의 기록일 뿐이다'
역사를 통속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저어해야 되지만 재미를 배제한 채, 연대순으로 나열
하는 것도 지리하고 물리잖던가. 적당히 찧고 까부는 것도 역사 학습에 도움된다.  저자
가 글 줄 꽤나 읽은 태는 확연하지만 역사조차도 희화화하려는 짓거리는 딴지일보 출신
답다. 딱딱한 역사를 이지하고 재미있게 써대느라 경박감이 좀 느껴지지만 뭐 어쩔 거也.

 

물론 아이러니한 세계사의 뒤안길을 뒤지는 책인 만큼 문자향과 서권기가 콸 콸 넘치지
는 않는다. 그럴지라도, 줄곳 시쳇 時體말로 일관하지만 번뜩이는 예지와 날카로운 조감
의 결과물인 레토릭은 즐길만 하잖는가. 역사와 밀리터리와 젊은 문화 전반에 걸친 필모
그래피가 풍부한 저자의 다른 책들도 나오길 슬며시 기다린다, 따분할 때 지식이 녹쓸지
않게 볼 만한 책들을.

 

팩트에다 슬랭을 가미하는 역사 내러티브는 곧 히스토리텔링으로 자리매김해도 되겠다. 

아이러니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