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위대하지 않다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김승욱 옮김│알마 간행

 

매주 성당에 가는 것은 가족의 일상적인 문화였던 독자는 성년이 되면서 과연 신은 존재
하는가에 대한 회의를 품다가 급기야는 외면하기에 이르렀다. 이 '신은 위대하지 않다'는
수사학으로 가득찬 책은 리차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으로 받은 충격을 다시금 반추케
한다. 신의 존재와 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사악한 행위, 허구적 현실을 디제시스Diegesis
기법을 연상케 하는 현란한 수사학으로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일신교 삼남매인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는 중동의 산물일진대, 어찌하여 서구는 물론
한국의 교인들은 그토록 광신적인 신앙을 보이는지 당최 궁금하다. 일개 팔레스타인 지구
에서 일어난 설화 내지는 전설의 해석에 목을 매고 더 편협하고 배타적이고 십자군 전투
적이다. 진즉부터 일부 기독교인들의 작태와 일신교 근본주의의 테러로 과연 신이 위대한
지에 대해 회의와 실망을 감출 수 없었는 데 말이다.

 

성마르고 질투심 강한 일신교주 앞에서 굽신거리고 감사하고 두려워 하라고 가르친단다.
왜 하느님은 메시아로 인간사회를 구원한다며 굳이 어렵고 복잡하게 역사하는지 이해난
이다. 애시당초 에덴으로 끌고 가면 되잖는가. 무슨 인간의 죄업을 대신해 십자가에 못박
히며 드라마틱하게 구원하려 희생했는지 당최 모르겠다. 하느님은 당위도 없고 위대하지
도 않을 뿐더러 비능률적이기까지 하잖는가. 잘 쓰여진 시나리오를 맹신하는 게 아닐까.

 

저자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구미 쪽에서는 꽤나 알려진 지식인다. 영미언론이 선정한 100
인 지식인 가운데서 상위 5%에 드는 탁월한 논쟁가이며 비평가이며 정치학자이며 저널리
스트로 다방면에 걸친 멀티플 박식함이다. 아쉽고 안타깝게도 불과 한달여 전에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저자의 무신론 주창은 천박한 우김도 아니고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논리 전개로 종교의 사악한 면을 가차 없이 적시하는 화려한 수사학의 진수이다.

 

신의 존재따위로 갈등할 때, 사제와 이맘과 랍비를 만나기 전에 이 책을 반추하길 바란다.
수사학적 규범으로 두고두고 롱텀으로 읽어야 하는 몇 안되는 교양서적이며 혹은, 반종교
불온서적(?) 이 아닐까 싶다.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에서 amen, amen이 후렴으로 불려지는
게 다 까닭이 있어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