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좌파                                    

강준만 지음 인물과 사상사 刊

 

강남이라고 좌파가 안 살라는 법은 없다. 요즘 좌파는 못살지도 않지만 추레하지도 않는
스마트한 기능의 좌파로 변이 진화됐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간 공직자 인사청문회
에서 파렴치하고 몰염치한 코드 좌파를 숱하게 보아왔고 MB 정권 고위공직자 인사청문
회에서도 몰염치 부동산투기 기술자들을 봐 왔으니 저자가 서두에 내린 강남 좌파의 정
의가 사실감 있게 다가온다, 그놈이 그놈인. 어쨌든 강남 좌파는 이중구도이며 모순이며
위악이기 십상이다.

 

이제는 강남 좌파를 삐급 좌파니 번지 좌파니 탓할 게 아니다. 세상에나. 좌파는 참 갈래
가 많다. 강남 좌파를 비롯해 삐급 좌파, 강남 좌파가 승화하면 번지 좌파가 아닌가 지금
도 번지 좌파는 모든 좌파의 롤모델로 추앙받는 현실이다. 그래서는 희망이 없다. 이런저
런 좌파의 잔치는 각설하고,

 

민주투사라는 말을 듣기를 밝히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단임one term대통령 3대의 공통
분모는 자식들이 권력에 빙자해서 한 재산 마련했다가 호되게 당한 치욕들이다. 변변찮은
수신제가가 치국을 망친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지지리도 대통령 복이 없는 민족이다. 
좌파가 데마(선동)에 능한 줄이야 알았지만 축재에도 능숙한지는 몰랐다' 라는 질곡을 하
루 아침에 날려 버릴 정치세력은 그래도 財의식이 깬 엘리트주의 강남 좌파 뿐이없다는.

 

해방전후사 인식과 마르크스·엥겔스를 몰래 읽던 낭만 좌파는 눈 씼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있다면 필시 고리타분한 박물관 좌파로 몰릴 게 뻔하다.  저자가 지적했다시피 조국 교수
같이 우리도 지적이고 키(큰만큼 사유의 영역도 큰)크고 잘생긴 사르트르와 카뮈 같은 멋
드러진 우정과 다툼을 벌일 수 있는 좌파가 대두할 날이 왔잖는가. 맨날 협소한 좌파 장터
에서 도토리 키재기식 난장이나 떨지 말고.

 

좌파는 인걸도 희망도 없다. 희망이 없을 바에 엘리트주의에 입각한 강남 좌파가 대안으로
나서는 게 훨씬 낫다. 정치권에 서식하는 모든 좌파는 강남 좌파일 수밖에 없다고 저자 강
준만 교수에게 두루뭉술하게 도맷금으로 매도당하느니 말이다.  좌파는 팍팍하고 신산하던
빨치산 좌파, 종북 좌파를 거쳐 청와대 좌파까지 다 겪어본 바 강남 좌파가 제일 세련되고
지적이라는 사실은 부정받지 말자는 얘기다. 좌파는 밸도 없나.

 

이 책은 수불석권에 불역열호다. 저자 강준만 교수를 새삼스럽게 소개할 공간이 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