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 박제가의 문집, 정유각집

 

<정유각집(貞蕤閣集)>은 북학파(北學派)의 선구, 또는 개척자로 잘 알려진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의 문집이다. 박제가는 조선후기 실학자로 특히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과 함께 18세기 북학파의 거목(巨木)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초정(楚亭)이라는 호(號)는 굴원(屈原)의 <초사>를 아껴서 여기에서 따서 붙인 것이고, 이외에 문집의 이름인 정유, 신분의 처지를 다분히 의식한 위항도인(葦杭道人) 등의 호를 더 사용했다. 초정 박제가는 승지 박평의 서자(庶子)로 태어났던 것이다.

허균의 국문소설 <홍길동전>이라는 작품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조선에서 서자(庶子)는 벼슬을 할 수 없는 처지이자 신분이었다. 그러나 호학(好學)의 군주인 정조의 서얼허통 정책에 따라 같은 서얼인 이덕무(李德懋), 유득공(柳得恭), 서이수 등과 함께 규장각(奎章閣)의 검서관(檢書官)으로 벼슬길에 나아갈 수 있었다. 성격이 굳고 곧았으며, 기상과 포부가 컸다. 1778년 채제공의 수행원으로 청나라에 다녀와서 <북학의>를 저술하기도 했는데, 이 책은 청나라의 새로운 문물을 본받아 생산 기술을 향상시키고 통상무역을 통하여 이용후생(利用厚生)을 실현할 것을 역설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세상을 다스리고 조선을 변화시킬 재주와 능력, 경륜과 포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현실은 암담하기만 했다. 그는 4차례의 연행을 통해 대국(大國)인 청나라에서 넓은 안목으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조선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변화가 절실함을 감지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못했다. 박제가가 판단하기에 조선이 국제 사회로 나아가려면 새로운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러나 조선의 현실은 답답함 그 자체였다. 조선은 꿈쩍도 안했다. 서얼이라는 신분적 제약, 족쇄로서는 그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것이 내내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다행히 시문(詩文)에도 타고난 소질이 있어 참신하고 활달한 작품들을 곧잘 써 내었다. 초정은 자신의 심경을 시(詩)로, 문(文)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정유각집>은 곧 18세기 조선의 모습과 박제가의 마음을 담은 산실이었던 것이다. 이 <정유각집>은 박제가의 시문집 전체를 번역한 것이다. <정유각집(貞蕤閣集)> 상권에서 그의 시집, 1, 2권의 번역한 내용을 고스란히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