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안목과 욕심을 보태어 선택했던 그동안의 책들중에 아이가 맘에 쏙 들어했던 책은 아마도 손에 꼽을 정도 일 것이다.

’윔피키드’는 아마도 그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을까? ㅋㅋㅋ

첨 읽고나선 재미있다더니 담날부턴 아예 가방에 넣어서 갖고 다니기까지...

그리하야 난 한참이 지난 후에야 강제로 뺏다시피해서 겨우 볼 수 있었다.

책을 덮으며 무엇이 아이의 마음을 빼앗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또래 아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일기...

 

주인공 ’그레그 헤플리’는 삼형제 중 둘째, 흔히 말하는 샌드위치 신세다. ㅋㅋㅋ

일기의 첫 페이지

’엄마가 일기장을 사러 나간다고 하셨을 때, 나는 ’다이어리’ 라고 쓰여 있지 않은 것을 사 오시라고 특별 주문했다.

일기를 쓰는 건 어디까지나 엄마의 생각이지 내 생각이 아니란 건다.

내가 여기에 내 ’느낌’을 있는 그대로 적을 거라고 기대한다면 그건 엄마의 착각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일기장에게’라고 부르는 일 따위는 기대도 하지 말기 바란다.’

우선 짚고 넘어간다며 주절주절 일기를 씀에 있어서 일기 본연의 임무에 아주 충실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함에  

왜이리 웃음이 나는지...ㅋㅋㅋ

마치 꼭 그렇게 쓰고야 말겠다는 소리로 들리니... 미안하다 그레그 헤플리~~^^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하기 싫은 일 중에 단연 으뜸에 들어갈 만한 일기쓰기가

주인공에게도 얼마나 큰 스트레스로 다가갔는지 살짝 엿볼 수 있다.

새 학년이 되어 예쁜 여자 친구들 사이에 앉고 싶고, 친구들 사이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가 관심사인 초등 5학년...

자신은 꽤나 어른스럽고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사는 우리의 주인공 곁에 롤리라는 친구가 있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그레그 헤플리 눈에 롤리는 말투도 행동도 어른스럽지 못하고, 이미지 관리와는 상관없는 그런 친구이다.

그런 롤리가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늘 형에게 당했던 속임수를 전부 써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자기 밑에 두기로 했다나?

ㅋㅋㅋ

형과 동생 사이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꽤나 많았던 걸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형에게는 늘 당하고, 아직 어린 동생은 부모님에게 왕자님 대접을 받으며 어떤 잘못도 허용되는 특혜를 누리고 살고있다.

그런 동생을 롤리에게 하듯 못살게 굴었다가는 엄마에게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동생이 있는 아이들이 누구나 갖고있을 억울함과 마음 한켠의 아픔들이 조금은 느껴지는 글들이 눈에띈다.

일기중에 엄마 아빠에 대해 언급해 놓은 부분이 몇 군데 있는데 이 부분에선

과연 아이에게 난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 후한 점수를 받진 못하겠지만서도...^^

자신의 잘못을 친구가 뒤집어 쓰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나서서 자기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고,

그래도 그것이 걸려 집에와서 고민하며 엄마와 대화하는 모습에선

아이들이 정말 학교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때 부모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롤리와는 애증의 관계라고 표현해야 하나?  ㅋㅋㅋ

롤리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건이후로 둘 사이는 소원해지고 거기다 학교 신문에 연재되는 만화에

둘이 함께 구상했던 만화가롤리의 이름으로만 실리면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까지 인기를 얻게 되자 화가나고만다.

급기야 둘이 싸움 직전까지 가는 상황에 처하지만 짓궂은 형들에 의해 롤리가 봉변을 당하게 되고,

그 일로 인하여 난처한 상황에 몰린 롤리를 우리의 주인공이 건져내는 구세주 역할을 해낸다.

물론 그러면서도 롤리가 감격했는지 고마워 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하지만...ㅋㅋㅋ

그렇게 다시 예전 사이로 돌아가게 된다.

엉뚱하기도하고 개구진것이 전형적인 10대 말성꾸러기를 대변하는 그레그 헤플리~~

일기 서두에 절대로 느낌을 있는 그래도 적지 않겠다는 주인공의 결심은 일기장의 끝이 보일수록 지켜지지 않았고

점점 성숙되어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읽어가는 동안 내 아이의 모습을 보는 듯 뿌듯하기도 했다.

ㅋㅋㅋ

 

친구들과의 관계, 공부와 게임, 갖가지 일상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초등5학년 주인공의 눈높이에서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놓은 ’윔피키드’는 아이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문화적 차이라 해야할까?

아님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걸까?

맞아! 맞아!! 하며 공감되는 부분은 솔직히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아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 자신들의 속내를 대변해주는 것에 공감하며 대리만족을 하는것이 아닌지...

지금 당장 우리 아이를 비롯해서 또래 아이들의 일기장을 펼쳐본다면 공감되는 부분이 별로 없을 듯 하다.

선생님께 혹은 부모님께서 확인하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일 중 하나로 치부해 버리기 때문에

정말 소중한 나와의 인격적인 만남이 이루어 지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윔피키드’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일기는 아이가 정말 어느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쏟아놓을 수 있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내 일기장을 볼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을 속이는 일기가 아닌 솔직한 일기를 쓸 수 있도록

비밀스런 나만의 일기장을 한 권정도 갖게 끔 해주고 싶다.

아이가 정말 그 시간을 통해서 내 마음을 드러내고 그것이 무엇이든지

해소하고,치유하고,새로운 다짐을 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이 성장하는 것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