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 인간의 행동 중 반을 관장한다는 것이 진실이기는 하지만 

자유 의지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나머지 반만큼은 우리 인간들에게 맡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197p

<군주론>에 대해서 나도 굉장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세기의 독재자들이 이 책을 추앙하고, 그들이 실제 발휘한 통치 형태와 인권유린 및 비 공화적인 행태에 난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이 책을 미운 존재 또는 금서처럼 서고 한 구석에 처박아두고 그 존재조차 잊고 있었음을 물론, 가지고 있는 것조차 잊었다. 

그러나 최근 내가 JTBC 방송 <차이나는 클라쓰>를 15,16회를 보았는데 굉장히 인상깊었다. 그 이유라함은 이번 강의자 김상근 교수에 따르면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밸리가 유배 시절 당시 집권자인 메디치가문에게 자신을 어필하고 싶었던 이력서였다는 매력적인 해석 때문이었다. 그래서 개인적 일정으로 시내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대기해야하는 시간동안 카페에서 읽어보기위해 무작정 책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이번 책은 우선 공책에 감상문을 손으로 적어보고 감수한 후에 블로그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요즘 생활은 일기도 쓰지 않고 특히 수업 들으며 유인물에 메모하는 것 정도 외에는 손으로 긴 글을 쓴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컴퓨터로는 하루에 수천, 수만 자를 쓰고 있지만 말이다. 예전에도 글씨는 잘 못쓰는 편이지만 최근엔 더 그래서 많이 부끄럽다. 그러나 디지털에 익숙해질수록 아날로그가 그리워지는 법. 가끔씩 내가 아날로그를 겪어본 세대여서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옛날 사람같긴 하지만 아무튼 고전을 읽는 자로서 제일 잘 어울리는 생각방식 아닌가? 서론이 길었다. <군주론> 감상글을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운명과 신에 의해 좌우된다는 식으로 믿어왔고,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지혜로는 운명과 신을 어찌해볼 수 없으며 아무런 대책도 없기 때문에 운명이나 신과 관련된 문제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도 없고 그저 운명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196p

평소 이 책을 좋아하고 독재에 사용한 나쁜 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골라서 자신의 통치 전략으로 사용했다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유리한 부분만 골라서 시민의 권리를 주장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은 이 책은 마키아밸리가 공직에서 쫓겨나서 다시 권리 회복을 위해 메디치가문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약간의 아부를 잔뜩 담은 내용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운명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운명은 맞서 견뎌내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그 위력을 드러내며, 운명을 막기 위한 제방이나 둑이 만들어져 잇지 않은 곳으로 힘을 집중시킵니다.

-197p

무엇보다 먼저 모든 군사 행동의 탄탄한 기반이 될 자국 군대를 조직해야 합니다. 그보다 더 믿을 만하고, 충성스러우며 훌륭한 군대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07p

 

그렇다는 점에서 내가 많은 출판사에서 <군주론>을 번역하여 출간하지만 이 책을 읽고 괜찮다고 생각한 이유는, 뒷표지에는 자세히 마키아밸리가 말하는 군주의 국가 통치 전략을 잘 정리해서 적어두었다는 점이다. 그중에는 잘 해석해야하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내가 공감하거나 일리있다고 생각하는 점도 많이 있다. 

- 지혜로운 사람은 위대한 인물의 본보기를 따른다.

- 특권층의 지지는 서민층의 지지보다 약하다

- 심각한 상황을 빨리 깨달을수록 현명한 군주다.

- 법과 힘을 적절히 사용하라

- 지도자의 자질은 그 부하를 보면 안다.

- 국주에게 가장 튼튼한 요새는 국민들의 지지와 사랑이다.

다른 것보다도 위에 내가 적은 덕목을 한 나라의 군주, 즉 통치자는 항상 염두하고 나라를 맡아야 할 것이다. 특히 마키아밸리가 살아간 시대보다도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 현대 시대에서 대통령 혹은 총리 등 국가 원수들은 이 이야기를 꼭 숙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겨울 많은 일들이 몰아쳤던 한국 사회를 살아온 우리 국민들이 더 공감할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내 안에 가득찬 편견을 없앴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은 것은 나에게 있어 한가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잘 읽었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 책을 직접 읽어보지 않았다면 나는 편견만 가지고 있었을 것이고 이 책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 서평도 쓰지 못했을 것이고... 책 리뷰를 쓰는 것도 내가 읽은 감상에 대해 점검할 수 있어서 좋다. 다시 독서 일기를 표로 만들어 써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