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을 보니 티벳 여행기 '열병'의 지은이다.

괜시리 반가워 아는척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깊은 울림을 주던 책이다. 노승의 슬픈듯 무심한듯한 눈빛을 오랫동안 잊을수 없게한 책이다.

 

 

그가 여행속에 만난 이들과 그의 단상들을 조용히 꺼내어 보여준다. 그 속에는 그들의 얄팍한 상술도 있지만, 사심없는 웃음도 있다. 집요하게 그를 잡아끄는 장관도 있지만, 볼것 하나 없어도 머물고픈 편안함도 있다.

그에게 여행이란 삶, 그 자체라고 한다. 헤어질때 짐짓 냉정한 척하며 남겨진 자가 감내해야할 허전함의 무게를 반감시키려 노력하고,  반면 떠나는 자가 느끼는 알수 없는 미련에도 익숙해지려 한다.

그래...그것 또한 우리 삶의 일부분임이 분명하다.

철저히 외로워 다른 이들과 어우러졌지만, 그래도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가야만 하는 숙명 같은것...그러다 가던 길을 멈추고 삶과 죽음에 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

그가 조우했던 이들이 그의 여행과 삶을 풍요롭게 했듯이, 그 또한 그들의 여행을 환하게 밝혀 주었을것이다. 그리하여 서로의 가슴에 조금은 뚜렷한 인상으로 남겨져 가끔씩 꺼내보는 앨범 같은 존재가 되었을테다.

 

 

그에게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지극히 바보스런 질문이 되고 말것 같다. 어차피 여행이 삶일진데, 그 우둔한 질문을 던져서 무엇하겠는가...

물질적으로 부족한 곳을 여행할수록 돈이 무엇이며, 소유가 무엇인지에 관해서 철저히 고찰했을터다. 그래서 소유와 사유에 관한 질문따위는 집어치워야 한다고...나는 순간 머릿속에 복잡해지고 만다.

 

 

아마도 이미 쌓인 추억은 풍화 작용으로 조금씩 닳아가고, 그 위에 새로운 추억이 쌓여갈 것이다. 그리하여 옛 추억과 새 추억이 포개져 또다른 자신을 만들며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것...그것이 여행이자 삶이 아닐까?

재가 검게 앉아버린 새우를 보며 시원스레 함께 웃던 일본인 친구들과 반지를 빼서 건네주던 우정어린 베트남 친구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삶을 공유하던 친구의 죽음까지...그의 삶은 여행과 일상이라는 두 세계가 그렇게 사이좋게 공존하는 모습이다.

어쩌면 그런 모습으로 여행이나 삶, 모두 특별한 무언가가 아닌 ,생각하고, 변화하고, 받아들이는 일상적인 무엇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