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인간에 대한 들끓는 애정과 사랑을 지닌 사람이다.

인간이란 모름지기 측은지심이 있어 당연한것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그 정도는 천차만별로 나처럼 무미건조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싼마오처럼 정반대의 사람 또한 있는 법이다.

당찬 여자 싼마오와 가부장적 세계관을 가진 호세가 결혼했다. 대만인과 스페인이라는 이색적인 점 이외에도 그들은 사하라 사막과 카나리아 제도에 살면서 실로 특별한 경험들을 쌓아갔다.

그 당시 서사하라는 모로코땅도, 독립국도, 식민지도 아닌 어정쩡한 나라였고, 원주민 대부분이 무지했다. 그런 그들 사이에서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것은 일종의 모험 같은 것이었을테다.

어느 노예에게 밥 한끼를 대접했다는 이유로 이웃들은 그들을 비난했다. 사람이 아닌 '돼지'에게 밥을 주었다는 이유였다. 정복국이었던 스페인에 대한 반감이 높아질수록 이웃들은 그들의 살가운 정을 조금씩 잊어가며 냉담한 시선을 던졌다.

그래도 싼마오와 호세는 이웃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어떤 신을 믿든 신 아래 모두가 인간이자 친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과 음식을 나누고, 시원한 그들을 나누는 것이 뭐그리 어렵겠냐만은, 그보다 그 속에 숨은 그들의 인간에 대한 따스함이 무척 인상적이고 눈물겹다.

 

 

어쩌면 따뜻한 마음은 모두 지녔으되, 이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방법에서 그 차이가 발생할수도 있을테다. 문득 생각해본다. 이웃보다 내가 높은 지위라서 혹은 그들보다 풍족하다는 이유로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일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내가 마음을 열었을때 행여나 내 마음이 무안으로 돌아오지나 않을까 지레 겁을 먹진 않았는지...아니면 그들의 선의를 검은 의도를 품은 가식적인 무언가로 내가 먼저 단정짓지나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이렇듯 다양한 변명거리를 내세워 나는 여태껏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아니 두려운 나머지 애굿게 돌부리만 차대며, 그들 곁에 성큼 다가서지 못하고 주위만 서성였다.

책을 읽는 내내 싼마오와 호세의 거칠것 없는 성격이 부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들이 나와 틀린점이라면 그들은 최소한 이것저것 신경쓰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웃에 늙고 병든 노인이 있다면 걱정되는 마음에 당연히 노크를 해 보아야한다. 그의 발이 썩어 들어감에도 혼자 쓸쓸히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당연히 병원으로 모셔야 한다. 그리하여 그의 장례를 떠맡게 되었다면 당연히 그의 마지막 가는길에 길가에 핀 꽃 한묶을 선사하고 애도해야한다.

그렇게 '당연한' 본능에 충실하면 그만일테다. 후회도 없고, 가식도 없다.

 

 

그녀의 방황하던 어린 시절은 부모님의 눈가를 마를날 없이 만들었지만, 다행히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그녀는 안정을 찾았다. 그리하여 부모님께 속죄하는 마음을 가질수 있었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그녀를 뜨겁게 보듬은 이 또한 부모님이었다. 그녀의 거침없는 성격과 필력은 모두 부모님의 끝없는 사랑 덕분일테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으며 나는 코끝이 찡해지고 말았다.

 

글을 쓰고 쓰지 않는 것으로 무언가를 증명해 보일 수는 없지만,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잘 지키는 것이다. 어머니의 편지에서 맨 마지막 당부는 늘 '자신을 잘 지키는게 곧 효도'라는 것이었다. 이 구절을 보면 끝내 눈물이 쏟아진다. 왜 일찍이 깨닫지 못했을까.

일생 동안 진 사랑과 눈물을 빚은 갚을 길이 없다만, 8월 8일 어버이날에, 자식의 앞날은 힘을 다해 안온하게 꾸려 가겠다는 보잘것없는 약속을 부모님께 바친다. 아마도 내가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