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황제/ 조선 마지막 황제 순종의 도쿄 방문기 / 박영규 장편소설/ 살림

 

 

출처 :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순종어진 : 김은호)

 

기록이 많았던 조선에서 유독 다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순종황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안동김씨가의 세도정치를 끝내고 조선의 부흥을 꽤햇던 흥성대원군과 고종은  아주 잠깐동안 왕가의 위엄을 세우는듯 했지만 잠시후  물밀듯 밀려오는 외세세력에 적응하지 못하고 국력은 기울기 시작합니다.

 

대한제국을 차지하기위해 일본과 청 러시아가 호시탐탐 노리는 가운데 주권을 지키고자했던 노력은 결국 을사늑약에 이에 강제적으로  한일병합조약까지 이루어지며 망국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서럽고도 힘겨웠던 길을 고스란히 겪고 자란 임금이 바로 순종황제였습니다.

 

박영규선생님의 역사소설 길위의 황제는 그 시대를 주도했던 주인공이 고종과 명성황후 흥선대원군이라면 순종은 그들  밑에서 더욱 힘겹고 고난했던 길을 걸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순종은 우리들에게 거의 잊혀진 임금이었습니다. 아버지 고종의 그늘에 가리워진채 꼭두각시와 같았던 유명무실한 임금이라고까지 생각될 정도였지요.

 

왜 그래야만 했는지, 왜 그럴수밖에 없었는지, 대한제국을 대표하는 단 한명의 주군이었음에도 , 단 한명의 주군이었기에 겪어야만했고 겪을수밖에 없었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명성황후라는 뮤지컬을 보게되었습니다. 몇년을 벼르다간 뒤늦게 접했던 공연이었는데 그럼에도 우린 공연을 즐길수가 없었습니다. 암담하고 어둡고 왜 그래야만 했는가라는 아쉬움과 답답함에, 일본 사무라이의 칼앞에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국모의 모습은 잘잘못을 떠나 너무도 적나라한 구한말 우리나라의 비극상이 가슴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 이기는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것이다. '

'자네가 부럽구먼. 평민의 피를 가진 자네가 부러워.

 

어린시절엔 왕만 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임오년의 군란과 갑신년의 정변을 겪으면서 왕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닐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그래서 부왕처럼(고종) 힘없는 왕이 되지 않으리라 무수히 다짐했었다. 하지만 나는 부왕보다도 더 힘없는 왕이 되었다.  p58

 

책은 그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황제  순종이  1917년 6월 8일 (일본대정 6년) 남대문역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도쿄를 행해 6월 14일 황궁에 나아가 천황과 황후를 봉화문에서 알현하고 현소에 참배하였으며 이어 동궁의 처소를 방문한   굴욕적인 도쿄방문기입니다. 그 과정속에서 대한제국의 비참한 마지막 모습,  순종을 둘러싼 조선왕실의 비참한 가족사가 드러납니다.

 

우리가 바로보는 고종의 모습은 나약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버지 흥성대원군의 섭정으로 인한 꼭둑각시 왕이었으며 그 후에는 아내 명성황후의 치마폭에서 놀아난 무능한 왕이기도 했습니다 . 그 후엔 아관파천이라는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지요. 하지만  아들 순종과 일본인들의 입장에선 헤이그 밀사 파견을 비롯하여 마지막까지 저항의식을 놓지않았던 의지굳은 왕이기도 했습니다.

 

그에 비해 순종은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왕이었습니다. 아버지 고종황제를 이기지 못한 일본인들에의해 만만하기에 강제적으로 황위를 수여받은 왕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시절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을 겪으며 죽음의 공포를 느꼈던 왕은 어머니 명성황후를 잃으며 세상에서 유일했던  자기편을 잃었고, 스물여섯살 창창한 나이에 독이든 커피를 마시고 의기를 잃었으며 한일병합조약이 성사되며 살아야할 의미를 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살아야만 했습니다.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 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건 마지막 조선왕실에서 아버지 고종 황제가 아들 순종에게, 형인 순종이 왕세자이자 동생인 유길에게 강조했던 말이었으며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주변엔 일본인들과 대한제국을 일본인들에게 팔아먹은 이완용,윤덕영,민병석과 같은 사람들 뿐이었습니다. 또한 제국주의에 의한 아시아 진출에 앞장서 을사조약을 강요하고 고종황제를 퇴위시켰던 이토 히루부미가 있었을뿐으로  그를 저격했던 우리의 영웅 안중근은 너무도 멀엇습니다.

 

황제였지만 한 번도 황제였던 적이 없는 사람, 잃어버린 마지막 조선의 역사가 바로 순종이었으니 조선 마지막 황제 순종의 도쿄 방문기는 우리가 잊고있었던 우리 역사를 제대로 들추어 보는 계기였습니다.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시간, 이해하기 힘들고 이해하고 싶지않았던 시대를 고스란히 안고 있기에 역사소설을 넘어 우리 역사를 바로 알아가는데도 큰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그 시대를 알아가는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