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튼, 원나라 말에서 명나라 초에 살았던 것으로 추측되는 삼국지의 원저자 나관중은 삼국지 외에도 여러 작품을 남겼다. 그러나 '삼국지연의'의 대단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외의 작품들은 그리 유명하지 않다. 왜 그럴까? 역자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실력있는 한문학자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번역해야할 국내 한문선집만 해도 상당한데, 외국의 것까지 바라는 것은 현 상황에선 욕심일지도 모른다. 설령 하더라도, 중국의 정사로 인정받는 사기부터 청사고까지의 26종의 서적들부터 번역을 하게 될 것이다. 최근, 뜻이 있는 어느 교수님이 자비를 들이고 자신의 모든 여가시간을 투자하여 수십년만에 '자치통감'을 완역하신 것처럼 한문번역은 쉬운 것이 아니다.

 어쨋든, 이런저런 사정은 차지하고 독자는 읽어주면 된다. 역사소설에 대해, 특히 중국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즐거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최근까지 중국역사를 소설로 읽어나기라는 걸 구상했었다.

사기(+사기 열전) - 동주열국지 - 초한지 - ? - 삼국지 - 후삼국지 - ? - ?(수당지) - ?(오대지) - ...

이제 수당지와 오대지가 번역되면서, 저 빈칸을 채울 수 있어 다행이다.

내용을 읽어 보았다.

 역자는 다음과 같이 번역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일까, 내용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 평설 열국지를 지은 유재주 같은 소설가가 다시 평설하며 쓴다면 좋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재미난 부분은 의외로 있다. 삼국지를 연상하게 하는 묘사가 그러하다.

 우선, 오대지의 시작부터 그러하다. 오대지는 당나라 말, 황소가 반란을 일으키고 조정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시작한다. 이는 삼국지가 황건적과 동탁 등의 난으로 조정이 위태롭던 후한 말기에서 시작하는 것과 유사하다.

 황소에 맞서서 각 지방의 절도사들을 모아 연합군을 형성하는 것도 동탁에 맞서서 제후를 모으는 삼국지연의와 모습이 겹쳐진다. 그 외에 진왕의 심복간의 시기질투나, 전장에서 서로간에 펼쳐지는 여러 계교와 무쌍한 광경들은 삼국지의 분위기를 얼핏 느끼게 한다.

 그래서 아쉽다. 묻혀있던 소설을 번역한 공은 대단하지만, 원문을 그대로 옮기는데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재미있게 맛깔나게 평역하였다면 좀 더 좋은 반향을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왕이면 현대적 감각으로 일러스트도 넣고.

 삼국지를 즐겁게 읽은 독자라면, 한번쯤 펼쳐볼만한 책이다. 하지만, 별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썩 추천하고 싶진 않다. 책 가격이 2만원에 가깝게 비싼 것을 볼 때, 출간이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처 도서관에 1질정도 신청해둬도 아깝지 않은 책이니, 관심있는 사람은 꼭 시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