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에 쏙 들어오는 작고 얇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책.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기분 좋은 떨림으로 그녀의 글에 빠져들 준비를 한다.

아멜리 노통브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외국 작가이다.

그녀의 깊고 맑은 눈동자와 같은 아름다운 충격이 있는 그녀의 글을 사랑한다.

집에 책장에서도 눈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그녀의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인내심 테스트 하는 것 같은 느린 전개와 무척 자극적인 소재, 짧고 경쾌한 문장, 책을 덮으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긴 여운.

이번 푸른 수염도 그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 사튀르닌과 중년의 나이에 평범보다 못한 외모의 엄청난 갑부 돈 엘레미리오가 주인공이다.

사튀르닌이 돈 엘레미리오의 집에 세들어 살면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가난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사튀르닌과 자신의 고귀한 에스파냐 혈통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돈 엘리미리오는 신분(?)만큼이나 의견이나 생각에서 큰 차이가 나지만 결국엔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데...

책이 얇은 만큼 줄거리도 단순하다.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을 읽어봤다면 내용도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하고.

그래서 여기다 구구절절 내용을 적지는 않겠다.

난 아멜리 노통브의 표현력과 문체를 좋아해서 그녀의 책을 즐겨 읽는다.

물론 이야기에도 강한 힘이 있고.

나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강한 여성애도 내가 그녀를 응원하는 한 이유다.

푸른 수염도 책장이 금방 넘어가는게 아쉬울 정도로 금방 읽어버렸다.

아멜리 노통브가 한번쯤은 아주 긴 장편 소설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푸른 수염을 읽으며 내가 사튀르닌이 된 상상을 해보았는데, 나는 과연 그녀처럼 대범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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