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L.세이어즈 :  여류 소설가에 신학자인 작가 .  귀족 탐정을 다룬 추리소설은 어떨까 관심이 쏠렸다

무엇보다 시선을 잡아끄는 표지가 포스가 남달라 이름에 걸맞는 젠틀하고 매력적인 탐정이 나오겠구나 설레기도 했던듯하다. 여기에 등장하는 피터 윔지'라는 30대초반의 탐정은 귀족 가문에 괴짜기질이 다분하고 특히나 기존의 탐정 소설에는 없던 캐릭터인 수다스럽고 진중하기 보다는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것같은 전혀 귀족같은 무게감이나 존재감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친근한 이웃 남자로 묘사되어진다. 귀족보다는  철저히 대중적인, 무엇보다 그동안 고전 추리 소설에서 탐정이라고 하면 뭔가 묘령의 분위기를 풍기며 담배도 분위기있게  피워줄 것만 같은 캐릭터에 꼼꼼하다 못해 예민한 성격의 탐정들을 보다가 (아마도 셜록 홈즈의 영향인가?! ) 귀족이라기 보다는 털털하고 어딘가 빈 구석이 많아 보이는 탐정이다.

 

그리고 작가가 신학자여서 그런지 성경 구절을 군데군데 인용하는 부분이 많고 - 제목조차 히브리서의 구절을 인용하고 있어서 - 성경의 그 구절의 앞뒤를 미리 안다면 이 소설이 어찌 흘러갈지 추리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탐정이 되어서 풀어가는 재미를 꼽는 사람도 있는데, 손에 땀을 쥐는 전개는 아닐지 몰라도  소설과 희곡을 언급하며 만약에 오델로나 마농레스코를 아는 독자들이라면 사건의 전개에 따라 마지막을 짐작할 수 도 있었을지 모른다.

 

사건의 전개는 피터 경의 형, 덴버 공작이 자신의 여동생 메리의 약혼자인 캐스카드를 살해하는 사건이 터진다. 여러가지 정황 : 덴버 공작 자신이 알리바이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었고, 캐스카드와 싸운 것을 증명할 증인들이 있었고, 그 사건 현장을 동생인 메리가 목격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덴버 공작은 사건이 일어나던 그 시간의 알리바이를 밝히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탐정 피터 윔지는 여러가지 정황 속에 사건을 밝혀간다. 그 속에서 하나하나 밝혀지는 사실들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너무나 많은 단서들, 비밀을 가진 사람들, 밀회를 하는 사람들, 마치 안개 속을 여러사람들이 혼재해 걷고 있는 느낌이다. 부딪힐 듯 비껴나가고 , 결론적으로 사건의 증인이 많다는 것이 사건해결의 열쇠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각 자의 위치에서 사건을 해석하고 있을테니 자신의 입장에서 사건을 말한다는 것인데, 그것을 하나의 증거로 보기에도 어려움이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것들을 하나의 결정적인 증거'로 만들어 추리를 완성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에 귀족 법정이 나온다. 특히나 이례적인 것은 법정을 묘사하는 것이 희곡을 읽는 느낌도 난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를 소설, 또는 희곡의 분위기를 내며 가볍게 이끄는 내용이라, 무겁거나 어두울것만 같은 추리소설을 미니시리즈(아주 짧은 10편 내외의)를 본 기분도 든다.

물론,처음에는 조금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한번의 살인사건이 나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뭐 그닥 큰 사건사고가 나는것이 아닌 사람을 파헤치고, 그 정황을 쫓는것이 극의 긴박감을 떨어뜨리는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추리 소설과 달리 각 챕터마다 언급하는 성서,시,희곡,소설,등이 그나마 긴장감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 아는 작품이었다면 상상하게 되었고, 모르고 있다면 그 단어 하나의 뜻과 여기에서 전개되는 상황을 짐작하게 되었다. 애거사 크리스티나 다른 여타의 여성 작가들의 글이 더 극으로 섬뜻하거나 예민한것에 비해 이 작가의 작품은 낙천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글쓰기를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