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시대 '사무라이 무사' 도쿄에서 '주부 사무라이' 되다.

 

소생의 이름은 기지마 야스베라고 하오. 
어찌 된건지 모르겠으나 집에 가는 길,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웅덩이를 보고 있었소이만 갑자기 한순간에 빠져들었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무척이나 딱딱한 흙인지, 돌인지 위에 누워있었고, 듣도 보도 못한 차림새의 사람들과 움직이는 상자에, 
돌로 지은 성을 보고 놀랐소이다. 
그러나 히로코 부인과 도모야 군을 만나 타임슬립이란 요상한 일에 대해 듣고, 결국 이렇게 부인의 신세를 지게 되었소이다. 
소생 사무라이로서 식충이가 될 수 없었기에 히로코 부인을 도와 집안일을 하나둘씩 맡게 되면서 요리의 재미를 알게되었소.
그 푸딩이란것을 처음 먹어본 순간, 구름 위 선녀들의 연주에 몸을 맡긴 기분이었고, 천상의 맛이외다. 
소생 히로코 부인에게 차마 말은 못하지만, 놀고 먹던 에도시대를 벗어나 이곳 도쿄에서 일하는 즐거움과 인정받는 기쁨을 얻고 있소이다.

===

 

재미있는 소설을 만났다. [촌마게 푸딩].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야스베씨는 에도시대 사무라이로 이상한 물웅덩이를 통하여 현재의 도쿄로 순간이동한 것이다. 
이곳에서 히로코와 도모야를 만나 서로 의지하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조금씩 쌓아가게 된다. 
그러던 중 푸딩의 맛에 반한 야스베씨가 점점 다양한 과자와 케익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요리 경연대회에 출전하게 되고, 당당히 1등의 영광을 얻게 된다. 이 기회를 빌어 맛있는 디저트와 현재시대에선 절대 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로 인기몰이를 하며 야스베씨만의 독립적인 생활이 시작된다. 
졸지에 내쳐진 히로코와 도모야, 
그간 야스베씨의 도움으로 회사에서 입지를 단단히 굳혀가던 히로코와 아빠없은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된 도모야는 또다시 끈떨어진 연 신세가 된다. 
우리의 야스베씨~!! 에도로 돌아가기는 커녕, 히로코와 도모야까지 버리고 떠오르는 셀러브리티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책을 읽는 내내, 일본 영화 [미래를 걷는 소녀]가 생각났다. 
미호는 지진때문에 떨어뜨린 핸드폰을 통해 100년전 소설가 지망생 미야타 토키지로를 알게 되고, 서로의 세상에 관해 대화를 나누면서 그리움과 사랑의 감정을 싹틔우는 달콤하지만 애잔한 내용의 영화다. 
이 영화와 비교하면서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난 히로코와 야스베씨의 러브라인을 상상하게 되었고, 
보일듯말듯 보이지않는 미묘한 신경전과 이 둘을 은은하게 연결해주는 도모야의 역할을 기대했었다.  
그리고 또, [미래를 걷는 소녀]에서 토키지로가 미호에게 거울과 소설을 남겨주었듯이 야스베씨가 히로코와 도모야에게 특별한 뭔가를 남겨주었길 기대했는데, 아우~ 역시나 이 두가지가 너무 아쉽다. 
그래도 [촌마게 푸딩]은 가벼우면서도 산뜻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소설이다. 
게다가 책표지의 우리 야스베씨를 보면 얼마나 귀여운지 감자같은 얼굴의 볼을 살짝 꼬집어주고 싶어진다.
벌써 올해가 되어버린 2011년 아침이 찾아오면 푸딩 사먹으러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