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티비에서 작가를 본 적이 있다. 그의 사무실 벽면은 A4지로 도배되어 있었다.

무슨 내용인고 하니 문학에 대한 내용 발췌와 밑줄, 자신의 생각이 포스트 잇에 더해져 있었다.

입사사원 인터뷰는 술집에서 인문학에 관한 질문을 내고 그에 대한 대답을 몇시간 대화거리로 이어나갔다.

그의 인문학 지론은 깊고 옹골찼다.

멋있다. 저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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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는 저자가 딸아이의 엄청난 논술 과외비를 듣고 세상이 미쳤구나 싶어 적접 강의를 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저자에게 울림을 주었던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책은 도끼다>가 만들어 졌다.

 

책머리에.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트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 거야. -1904년 1월, 카프카

그렇게 책 제목은 만들어 졌다.

책 제목에 대한 이해가 되자 책이 더욱더 읽고 싶어졌다.

 

 

1강 책은 울림이다를 읽다가 나는 책에 밑줄이 긋고 싶어져서 책을 구매하기로 결정한다. <은교>를 읽은 후, 감수성이 예민한 것은 세상살이에 도움이 안된다는 자책을 했더랬다. 무뎌지길 원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감동받기를, 울림이 있는 삶을 살기를, 그래서 삶이 풍요로워 지기를 원한다. 감수성, 아는 만큼 보인다. 울림의 기억.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 받는 것이다. 이 것으로 나의 자책했던 감수성은 구원을 받았다.

 

 

이철수의 판화가 들어 있는 책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김훈의 <자전거 여행>도 읽은 적이 없었다. 자전거 여행은 내가 짐작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자연에 대한 이해가, 그의 안목이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일상의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변화, 그 속에서의 울림들. 깊이 들여다 보기를 통한 행복,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내 머리에 도끼질.

 

 

저자만의 독법으로 그를 일깨운 책들과 나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즐거움은 컸다. 카뮈, 알랭드 보통, 밀란 쿤데라, 톨스토이의 책들을 만나니 반가웠고 그리웠다. 저자가 언급한 책들을 모조리 다 읽어볼까 욕심이 났다. 하지만 보통의 책은 선호도가 나뉘었다. 나에게 읽기 좋은 책도 있었고 영 진도가 안나가는 책들도 있었다. 아마도 내가 선호했던 책을 다시 읽지 않을까 싶다. 밀란 쿤데라의 책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다시 읽어도 이해 못할 거 같았다. 아직은 그 책을 만날 때가 아니다 싶다. 어떤 책과는 만날 때가 있는 것같다. 그 때에 그 책이 내게로 와주면 그 책은 나의 도끼가 되어 준다. 영문대역판으로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는 언젠가는 꼭 다시 읽어보고 싶다. 두께에서 오는 압박감을 견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창의적이고 풍요로운 그의 삶을 흉내라도 내 보듯 나도 저자를 따라서 책에 포스트 잇을 붙여 보았다. 나의 목소리를 내어서 포스트 잇을 붙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만큼 무뎌져서 살고 있는데 나는 더 무뎌지길 원했는지도 모른다. 일상의 모든 것들은 말을 걸어온다. 들을 마음이 있다면, 내안의 씨앗이 들어 있다면 그 울림을 줬던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찾아보고 싶다.

 

책은도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