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님께서 마트를 가시다 다리를 삐끗, 외출을 못하시게 된 연유로 암울해하셔서 이 음반을 바쳤다; 
마침 어머니 합창단에서 배우는 노래가 있다며 밤마다 헤드셋 두르고 맹연습한 결과 4곡이나 외우셨다. 원어로 부르는 기염을 토하시며.. 아이 헤-버 쥬리이임~ㅎ 이제 나머지 16곡을 위해 전진하고 계시다.

어머니 세대가 아바를 추억하는 힘은 정말.. 거대하구나. 느낀다.

이 친구들이 벌써 20년 전에 해체했다고?? 기겁하는 엄마의 이십대 시절은 1985 빈티지 서울. 옆집에는 레코드집 장사장이 살았다고 한다. 터울 큰 아이들이 3명 있었는데 그들이 돌아가면서 아침부터 헬로헬로하는 외국음악을 틀어놓곤 했고, 그 중 가장 많이 듣던 곡이 아바였다는 것이다. 엄마는 아바를 들으며 이십대를 추억하고, 옆집 레코드집을 추억하고, 나참- 그게 얼마나 했다고 그렇게 부러워했을까! 하면서도 눈앞에 있는 이 시디 한 장에 감회가 새로우신 거다.

    

워낙 베스트 앨범이 많은 그룹이기에 선택의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러나 유명한 노래들은 다 수록되어 있고, 엄마가 원했던 두 개의 노래도 포함하고 있으며, DVD를 저렴하게 같이 구할 수 있어 택했다. (이 DVD가 나에게는 기대 이상의 폭소 대잔치였다. 아무리 봐도 묘한 의상과 연기, 카메라 각도.. 잘 참다가 두 분이 카메라를 향해 유혹하실 때 난 발을 구르고 말았고 그것을 진지하게 따라하시는 엄마 덕분에 숨 막혀 쓰러지고 말았다.)

음악을 들으며 느낀 것, 한때 나에게도 ’I have a dream’은 추억이 알알이 박힌 노래였다는 것.. 모험을 찾아 해외에 머물던 무렵이었다. 맘마미아 뮤지컬을 보며 나 자신을 등장인물의 모습에 투영시켜 한창 긴장이 고조된 시점, 그 딸이 정든 고향을 떠나 바다를 비추는 큰 달을 향해 걸어가며 부르던 마지막 노래가 I have a dream 이었던 것이다. 난 꿈이 있어요, 노래할 수 있는,,그 순간 으허엉 하고 벅차오르고 말았던 것!

자꾸 음악을 들으며 옛 생각에 감격해 하는 엄마를 보는데 나 홀로 너무 오래 즐거움을 좇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맘마미아 뮤지컬이 다시 시작하면, 또는 영화를 구해서 엄마와 같이 봐야겠다는 기록도 해둔다.

ABBA , 비틀즈 이래로 음반 판매량 전 세계 1위.

아무렴 팝음악의 전설이 된 그들인 것이다. 





*혹시나 해서 덧붙임
음반 소개 사진에는 맘마미아 영화 OST 앨범이 곁들어져 있으나 아님. 
실제로는 ABBA - The best of ABBA 앨범임.

아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