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책을 2007년 말 경에 처음 접한 이후 가급적 빼놓지 않고 찾아 읽는다.  지난 1월 <혜초 1,2> 이후 6개월 만에 저자의 소설을 읽었다. 

 처음 ’백탑파 시리즈’를 접하면서 저자를 만났고 빨려 들어가듯이 시리즈 6권을 연이어 독파했다. 그리고 나서 내 서평 블로그 예명을 ’백탑파’로 정하고 서평 블로그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왜 내가 저자의 책에 이끌리는지 나도 명쾌하게 이유를 대기는 어렵다. 저자 나름대로의 관점으로 역사를 재해석하면서 소설로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지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이책은 세상 전체를 철저하게 속인 천재 사기꾼과 그런 사기꾼을 끝내 잡아내는 또다른 사기꾼의 이야기를 다룬 유쾌한 역사 사기극이다. 속고 속이는 사기 행각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 ’따냐’와 ’이반’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가장 가까운 동지이자 동시에 적이다. 누군가를 믿더라도 1%의 마음은 비워두는 따냐와 손 안에서 갖고 놀 듯 상대를 철저하게 속이는 이반이라는 매력적인 사기꾼 캐릭터와 그들이 벌이는 대범하고도 경쾌한 사기 행각은 이 소설의 중심 소재이자 재미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대한제국 말기이고 지역은 조선에서 러시아까지 아주 광범위하게 다룬다. 주인공은 역관(외교관)의 딸로 태어났고 그런 집안 내역으로 러시아어나 중국어를 구사할 줄 알게 되고 가비(커피) 맛도 알게 된다. 아버지 덕에 전각(篆刻 : 돌·나무·금·옥 따위에 인장을 새김. 또는 그 글자)을 전문가처럼 다루고 커피를 맛있게 끓이는 재주를 타고 났기에 주인공은 생존을 이어갈 수 있었고 그 인연으로 고종황제의 커피 시중도 들게 되는 필연성을 가지게 된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가 중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천자의 하사품을 훔쳐 달아나다가 객사하여 ’역적’으로 몰리면서 주인공의 고난이 시작된다. 살아남기 위해 전각 재주와 외국어를 밑천 삼아 만주로, 러시아 극동으로, 연해주로, 뻬쩨르부르그까지 고향 없는 삶, 국적 없는 삶, 배반의 삶이 이어진다.  주인공의 외로운 삶은 정과 사랑에 빠져들고 그 사랑은 대담한 사기행위를 계속하면서 대한제국에까지 파란만장하게 이어진다. 

 우여곡적 끝에 대한제국에 들어오면서 남자친구 ’이반’의 정체는 하나씩 드러나고...

 사실여부를 떠나 신선한 이야기는,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 몸을 의탁했던 고종이 ‘노서아 가비’, 즉 러시아 커피를 무지무지하게 즐겼다는 것. 아관파천 시절 엄청난 부와 권력을 쥐었다 몰락한 역관 김홍륙은 커피에 아편을 잔뜩 타 고종황제 독살을 시도했고 김홍륙은 소설에서 대륙을 넘나드는 통큰 사기꾼 ‘이반’으로 되살아났다...

 책을 읽고 나니 저자가 모스크바와 뻬제르부르그까지 건너가 글쓰기를 위한 고증에 많은 노력을 했으리라 생각하면서도 무언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고종이 독살되었을 것이라는 상황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저자가 이 소설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채기는 어렵다. 아마도 내가 이 소설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시간 보내기 위해 술술 읽는 소설로 생각해도 되겠고... 

 그리고 커피 맛에 대해 아예 문외한인 나로서는 커피 맛을 비유하면서 표현하는 상태나 감정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ㅋ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