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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시대배경은 1983년이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79학번~81학번이다. 당시 상황은 1979년 12월 신군부가 군사쿠테타로 군권을 장악한 후 1980년 5월 학생시민의 대규모 시위와 광주민주화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한 뒤 날이 갈수록 거세어지는 군사독재의 압제상황이다. 1983년 겨울부터 전두환정권이 ’유화국면’을 펼쳤던 것으로 기억하니까 이 작품의 시대배경은 전두환정권의 폭정이 가장 거센 시기였을 것이다.

난 실제로 선배들에게 말로만 여러번 들었을 뿐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했다. 85학번이니까... 하지만 전두환정권이 1985년 말까지의 유화국면을 거두고 1986년 초부터 또 다시 파쇼폭압으로 돌아서면서 학교 내에 사복경찰과 전경이 상주하고 학교 내 집회와 시위마저도 원천봉쇄할 때를 돌이켜보면 약간 그 1983년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물론 1986년과 1983년을 많이 달랐을 것이다. 1986년은 1984~1985년을 거쳐 학생들이 대규모로 결집한 경험을 가지고 자신감이 넘쳐 있던 시기이니까...

어찌되었든 그런 시대배경에서 79학번에서 81학번이라면 가장 크게 전두환정권에게 당했던 선배들이다. 당연히 패배주의가 무성했을 것이다. 말로만 듣던 ’녹화사업’이 실제로 진행되었고 패배주의 문제 뿐 아니라 실제로 주변에서 선배,친구,후배들이 갑자기 사라진 후 시체로 나타나거나 영원히 사라져 버린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난 박정희 군사정권에 이어 전두환 군사정권이 이 땅에 심어놓은 가장 악랄한 유산이 바로 ’패배주의’와 ’사대주의’라고 생각한다.

주인공들, 특히 남자 주인공들은 그런 시대에 앞서서 투쟁하다가 죽거나 감옥에 갖히거나 미쳐버린 선배, 친구, 가족, 후배를 둔 사람들이기에 하루하루가 비참하고 비겁하고 굴욕적일 수 밖에 없다. 가족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의 자신없음과 비겁함 때문에 1,2학년??서 지켜보고만 있는, 아니 지켜?서 스스로를 자학하고 한탄하는 세월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직 열정이 남아있는 후배들의 멸시와 냉대를 참아가면서 그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이다.

이 책은 작가가 후세의 사람들, 후배들에게 80년대가 어떤 시대였냐고, 또 당신은 그 때 어떻게 살았느냐고 묻는다면,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라고 말하고 싶어 썼다고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방황’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들의 그런 방황이 없었다면 그 뒤 1987년도, 1990년도, 1997년도, 2002년도 없었을 것이다. 방황이 아름다운 것은 시대와 역사를 거슬러 오르는 방황하는 청춘이 없는 민족의 미래가 얼마나 암담할 것인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방황은 언젠가 아름다움을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바로 그러한 방황과 방황의 가치에 관한 더 없는 기록이라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참을 수 없는 모멸감 속에서 헤매는 방황의 결과는 이 소설 속에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작품 속의 ’씨앗’이라는 표현이 방황의 미래가 어떨 것인가를 암시하고 있다.

우리 시대보다 암울했던 당시를 힘들게, 고통스럽게, 방황하면서, 울면서 싸웠던, 스스로와 싸우고 군사정권과 싸우고 시대의 아픔과 싸웠던 선배들에게 고마움과 경의를 표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85~88학번)가 있었고 그들과 우리가 있었기에 이 만큼이나마 한국의 역사가 진전되었을 터이니...

(며칠 동안 책을 읽지 않았다. 올 들어 책에 집중한 탓에 개인적으로 더 중요한 것들을 놓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 대한 집중과 개인적인 대사는 별개이며, 단기적으로 한쪽에 너무 치우치고 집중하는 스타일을 극복하는 것만이 사태해결의 지름길임을 깨달으면서 다시 책을 집어들었다...)

더이상아름다운방황은없다, 공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