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같은 글쓰기'는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읽고, 두번째로 읽은 책이다. 이 책은 '프레데리크 이브 자네'와 '아니 에르노' 사이의 대화(, '프리데리크 이브 자네'의 질문에, '아니 에르노'의 대답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프랑스 소설을 별로 읽은 적이 없고(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거의 유일함), 작가의 책도 '단순한 열정' 한 권에 불가하기 때문에, 작가의 전체 문학에 대한 담론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의 내용을 깊이 이해할 수는 없었다. 다만, 책을 다 읽은 이 시점에서, 작가의 모든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빈 장롱>(1974), <그들이 말하는 것, 혹은 아무것도 아닌 것>(1977), <얼어붙은 여자>(1981),<아버지의 자리>(1984), <어떤 여자>(1988), <단순한 열정>(1992), <밖에서 쓰는 일기>(1993),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1997), <부끄러움>(1997), <사건>(2000), <외적인 삶>(2000), <탐닉(길을 잃다)>(2001), <집착>(2002)

 

그녀의 글쓰기는 그녀의 삶 자체다. 그녀의 끊임없는 글쓰기는 크게 '계획된 텍스트'와 '잡다한 텍스트'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지만, 그녀의 삶이 글쓰기로 점철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또한 다른 소설들과 달리 그녀의 '글쓰기'의 내용은 그녀의 개인적인 삶(경험, 감정)과 일치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타인(전문가, 문학비평가, 남성)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어떤 극단에 다다를때 까지, 끊임없이 자신만의 글쓰기에 매진했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의 삶을 쓰고, 자신의 글쓰기를 살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이러한 글들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문학'을 신성시하는 '교양인'의 눈에 그녀의 글은 저속한, '문학'이라 부를 수 없는 그 어떤 것이다. 남성이 아닌 여성이기 때문에 부당한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한 내용도 책 속에 포함되어 있다. 나 역시 '남성'이면서 '문학은 이러이러해야한다'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말에 당황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에 있어 '글쓰기'는 의미가 없다. 한 줄을 쓰기 위해 며칠을 고민한 적도 없고, 다른 것을 포기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그녀에게 '글쓰기'는 '하나의 탐구처럼 또한 위험한 무엇처럼, 잠시라도 느슨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는 엄격함의 요구'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난 그녀가 무섭고, 부럽고 또 나 자신이 부끄럽다.   

 

 

 

     

아니에르노,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