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제목을 살펴보면서 걷다가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책 한 권.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무슨 내용인지 한 번 읽어볼까 하고 손을 뻗어 책을 집어들었을 때, 짧게나마 주춤했던 건 표지의 빨간색 글씨 때문이었다. ’고뇌의 레바논과 희망의 헤즈볼라’라는 글씨.

’헤즈볼라?’

뉴스 등에서 들어왔던 ’아랍’, ’헤즈볼라’, ’알 카에다’와 같은 단어가 주는, 그 강렬한 거부감.
그런 헤즈볼라가 희망이라니 이 무슨 말인가?

그래도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최근에 읽었던 ’시사인’의 ’빈 라덴’ 관련 기사 때문이었다.
수천명의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의 주동자이자, ’악의 화신’으로 묘사되는 ’빈 라덴’이 아랍세계에서는 어떻게 묘사되는지. 그 기사를 통해 난 내가 세상을 보는 창이 너무 편협했던 건 아니었을까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도 모든 가치판단을 배제한 채 일단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책 내용은 한 마디로 충격적이었다.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과 다리의 사진들
레바논 아이들의 모습
죽은 이들의 사진을 들고 있는 사람들

저자는 레바논의 복잡한 현실을 사진과 시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 앞에 가져다 놓는다. ’이스라엘 대 레바논’이라는 대결 구도에서,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레바논은 ’악’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자신있게 우리는 정의의 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난 후, ’평화’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책 속 많은 레바논 인들은 ’평화’를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 ’평화’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평화’와 다르다. 가족들의 ’순교’와  ’피’ 속에서 얻어지는 ’평화’이다. 폭격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까나’의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이 더 아픈 건 그 때문이다. 폭력, 전쟁, 죽음이 없는 ’평화’를 원하지만, 가족을 위해 또는 친구를 위해, ’헤즈볼라’의 전사가 되기를 소망하는 아이들. 그 모습이 섬뜩하면서도 가슴이 아픈 건 침묵하는 우리들 또한 그 아이들의 손에 총을 쥐어주고 있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

인터넷으로 레바논에 대한 뉴스를 한 번 검색해 보았다. 책이 나온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레바논의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나라도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동명부대 8진’을 파병한 상태이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그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그럼 군사 작전 중 사망한 민간인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똑같은 목소리를 내야 되지 않을까? 레바논에서 죽어간 죄없는 아이들의 생명이 똑같이 존귀하다는 걸 우리는 애써 모른 척 하고 있지는 않은지..




레바논, 박노해,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