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시력,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세속에 물들지 않는 영성>, 마음을 새롭게 하기 유익한 책
<세속에 물들지 않는 영성>은 남편이 신학대학원 다닐 때 역사학회 교수였던 박용규 교수님과 함께 원문으로 매주 한 장씩 공부했던 책이다. 남편은 박용규 교수님과 함께 이 책을 원문으로 공부할 당시 교수님이 열정적으로 이 책을 가르쳤던 모습을 추억했다. 자기가 가르치는 분야에 대해 확신과 열정과 열의를 가지고 가르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글로 번역된 책을 읽으면서 많은 유익을 얻었다. 이 책은 존 우드브리지를 비롯해 여러 저명한 교수들이 쓴 글을 하나로 묶어 펴낸 책이다. 여러 사람이 썼지만 그 안에 흐르는 주제는 하나로 통한다. 바로 세속적 메시지의 폭탄 세례 속에서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그리스도께 복종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영적 전투에서 우리의 생각을 '그리스도께 복종시킨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의 생활 깊숙이 세속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라디오, 비디오, 음반, 영화, 인쇄물, 조형미술, 광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가오는 전투적인 세속적 메시지로 폭탄 세례를 받고 있다. 매일같이 수많은 인상들과 사상들이 마음을 통과해 흐르면서 기억 속에 흔적을 남기며 그것은 우리의 도덕적 표준을 공격하고 영적 생명력을 앗고 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기도와 신앙고백, 하나님의 말씀 묵상 등을 통해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할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지대해졌다.
바울 사도는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롬 12:2)라고 했지만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세상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음을 새롭게 하는 일과 관련해 그리스도인들이 알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 바로 이에 대해 답하기 위해 집필되었다고 목적을 밝히고 있다.
책은 전체 3부로, 총 8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는 '오늘의 사회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마음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 될 필요성'을 비교적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제2부는 '영성 회복에 대한 성경 가르침'에 초점을 맞춘다. 제3부는 그리스도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영성 회복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수단들을 논한다.
미국 복음주의 학계를 대표하는 존 우드브리지는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일어난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에 대한 세상 공격들을 분류·분석하고 부각한다. 그는 어린이들은 유년기를 상실 당하고, 십대들은 자살을 통해 고통에서 도피하려고 하고 수십 명이 매시간 자살하고 있으며, 절망이 삶을 망쳐 놓고 있다고 말한다. 마약 문화는 더 이상 컴컴한 뒷골목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부모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옛날에는 대도시 뒷골목이나 극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포로노물이 안방까지 침투해 들어왔으며, 14세 정도에 달한 아이는 텔레비전에서 1만 1,000번의 살인 행위를 목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들은 폭력에 무감각해졌다는 것이다.
1960년대에 미국 대법원의 공립학교에서 의무 기도를 철폐시켰다. 여성 해방운동에 따라 성에 대한 관용적 태도로 성 혁명을 가져왔으며, '속박 없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성 윤리가 포기되고 종교적 영향력이 상실됐으며, 1970년대는 자아 성취라는 복음이 미국 문화를 홍수처럼 뒤덮었고 1980년대 역시 '자애주의'가 부각되었다고 진단한다. 이제 '자유의 노예'가 됨으로써 마음의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다.
이런 시대에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인지, 회복해야 할 것인지가 이 책의 논지다. 하지만 우리의 힘으로는 마음을 지키는 싸움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론은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승리라는 것이다.
제2장의 '영적, 정신적 건강을 얻는 비결'에서 폴 메이어는 성경 묵상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인간은 전적으로 부패한 존재이며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자기 파괴적인 사고 유형과 행동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러므로 '하나님의 사고 패턴과 예리한 대조를 이룬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패턴에 맞추기 위해서는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이 중요하며 아울러 영적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논한다.
기독교인 정신과 의사인 폴 메이어는 몇 년 전, 신학교 학생들에 대해 연구 조사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영적 생활에 대한 질문들을 던진 결과 세 그룹으로 나누어졌다는 것. A 집단은 보기 드물 정도로 훌륭한 정신 건강과 높은 영적 성숙도를 가진 학생들인가 하면 B 집단은 외견상 정상적인 건강과 성숙도를 보였지만 심리적 갈등과 정서적 아픔을 가진 학생들이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3년 이상의 기간에 거의 매일 성경 묵상을 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건강하고 행복하였다는 것을 발견했다. 3년 이하로 매일 성경 묵상을 한 학생들보다 현저히 건강하고 행복했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사고를 따라 사고하기 위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묵상, 바로 여기에 영성 회복의 열쇠가 있다고 강조한다.
제3장 '성경적인 묵상에 대하여'에서 월터 카이저는 "묵상은 영적 갱신과 원기 회복을 가져다주며 신자는 이를 통해 자기 앞에 펼쳐진 세상의 생활 터전 속으로 들어갈 채비를 갖추게 된다"면서 성경을 통해 묵상의 대상에 대한 결과와 실천, 방법 등을 주의 깊게 살핀다. 그는 "묵상이란 영혼이 말씀을 매체로 신성한 것들에 대해 고요히 숙고하는 행위이며, 어떤 특정한 진리나 계시, 약속을, 동반, 후행하는 것으로 경건 기도에 있어 최선의 미덕과 힘"이라고 정의한다.
제4장 '세속에 의한 마음의 지배인가, 성령에 의한 마음의 지배인가?'에서 그랜트 오스본은 물질주의가 마음속으로 집중 공격해 들어오는 이때,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께 복종시키는 일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깊은 영적 투쟁이 벌어지는 곳은 마음이다. 그는 '마음을 새롭게 한다'는 표현은 인간의 마음이 성령에 의해 변할 때 일어나는 상황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고 한다. 육에 대한 승리를 획득할 수 있는 길은 성도 속에 있는 성령의 권능에 의지하는 길이라는 것을 누누이 강조한다.
제5장 '교회 생활을 통해 힘을 얻는 비결'에서 데이비드 라슨은 "신약성경의 교제는 깊은 수준의 의사 전달, 나눔, 주고받음, 동참에 있다"면서 영성 회복을 위해 교제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편대를 이루며 나는 기러기들이 한 마리의 기러기가 날 때보다 70%나 더 빠르게 난다'고 한다. 교회라는 독특한 영적 공동체는 악의 침입을 막는 요새일 뿐 아니라 '지옥문들(마 16:18)에 대한 강력한 공격 기지'다. 말씀과 기도, 교제를 통한 연합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이다. 칼 바르트는 "인간 삶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중차대하고 가장 시급하며 가장 영광스러운 행위"가 바로 예배라고 했다. 토저는 '예배'를 "복음주의 교회의 잃어버린 보석"이라고 표현했다.
신약성경의 원리는 명백하다. 우리 중에 누구든지 자기를 위하여 사는 자가 없고(롬 14:7)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교회라는 독특한 영적 공동체는 악의 침입을 막는 요새일 뿐 아니라 '지옥문들'에 대한 강력한 공격기지가 된다.
제6장, '경건 훈련을 통해 마음을 새롭게 하는 법'에서 그랜트 오스본은 경건 훈련 즉 기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오늘날과 같은 사회에서 마음의 평정과 신앙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세속적 문화와 온갖 잡다한 정보와 유혹의 폭탄 아래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경건을 유지하기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지적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는 세속에 물들지 않아야 하며 성경 연구와 기도라는 수단을 통해 경건 생활을 지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텔레비전, 신문, 잡지, 소설 등으로 시간을 소비해 가며 마음을 세속적 사상으로 채운다면, 주님의 진리로 마음을 채우는 데는 더더욱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제7장 '신앙생활, 이렇게 하라 : 마르틴 루터의 조언'에서 우리는 마르틴 루터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위대한 종교개혁자 루터 역시 많은 유혹과 시험을 받았으며 넘어지기도 했으며 우울과 절망스런 순간들을 맞닥뜨려야 했음을 이 내용 가운데서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마귀와 싸웠고 이겼다.
루터의 투쟁적인 삶의 면면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신앙생활을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하고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전쟁터와 같다. 그리스도인의 삶에 미치는 사탄의 영향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루터의 체험에 근거한 글을 통해 승리의 삶을 살기 위한 준비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제8장 '새로워진 마음을 생활에 적용시키는 법'에서 더글라스 무는 "성공적인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 틀을 벗어나 새로운 틀, 즉 성경적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담는 틀을 설정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하기 위해 우리의 새로워진 마음을 생활에 어떻게 적용하며 승리의 삶을 살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한다. 여러 편의 글을 통해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한 가지 논지는 '마음을 새롭게 하는 이는 우리 자신이 아니라 성령이시라는 점'이다.
타락한 세속적 문화와 사회 속에서 신앙을 지켜 나가는 것은 전투와도 같다. 우리 현실 속에서도 찰스 콜슨의 지적대로 "신앙은 상승하나 도덕은 하강한다". 오늘날의 영적 전투에서 갖가지 생각을 그리스도께 복종시킨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타락에 의해 빼앗긴 영적 시력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당신이라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세계의 복음주의 신학자들이 전하는 메시지들은 세속에 물든 우리의 삶을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께 복종케' 하도록 마음을 새롭게 하는 데 유익할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한 번 읽은 것으로는 부족해 다음 기회에 읽을 책으로 분류해 따로 옆에 놓아두곤 한다. 이 책 역시 다시 읽을 책 목록에 올려놓았다. 좋은 책은 몇 번 읽어도 역시 또 좋은 것이다. 곁에 두고 자주 들여다봐야겠다. (2010.1.15.뉴스앤조이/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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