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교수의 종묘, 창덕궁, 창덕궁 후원, 창경궁 답사기다. 각 궁궐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미학을 깊게 맛볼 수 있는 책이다. 궁궐에 관한 상식을 습득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문화유산에 관한 지식을 주워담을 때 재미를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은 각계의 전문가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는 것이다. 문화유산을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 미술, 서예, 제례 등과 같이 각계의 전문가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일반인에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는 우리를 대신해서 저자 본인이 직접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정리한 책이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수 많은 문화유산을 친절하게 이해하기 쉽도록 해 주기에 오래도록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건축은 비대칭의 대칭의 미학이다"
불국사 대웅전 앞마당의 석가탑과 다보탑이 그렇고, 조선 왕릉에서 수복방과 수라간 건물이 글허고 능묘의 망주석 다람쥐가 하나는 올라가곻 하나는 내려가는 것도 그렇다.(46)
종묘는 동서양의 건축가 모두가 칭찬을 아끼지 않는 건축물이라고 한다. 토요일 오후나 눈 내린 겨울 아침에 보는 종묘를 저자는 강력히 추천하고 있다. 종묘제례악이 기적과 같이 전수되어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유형문화와 무형문화와 공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종묘제례를 올릴 때 소,양,돼지 이렇게 세 가지 동물을 쓴다고 한다. 왕가의 법도이며 사대부는 양, 돼지, 민가에서는 돼지 하나만 쓴다고 한다. 지금도 민간의 제사때 돼지머리를 바치는 전통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물을 잡을 때 쓰는 칼을 난도라고 하는데 평상시에 쓰는 '난도질'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알아두면 좋은 상식이다 .
"검이불루 화이불치,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궁궐 건축 뿐만 아니라 백제의 미학이자 조선왕조의 미학이며 한국인의 미학이다.(127) 우리 조상들은 건축물을 세울 때 생긴 그대로의 땅을 이용했다고 한다. 궁궐도 마찬가지다. 경복궁과 창덕궁이 외국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크기로 말하자면 중국 자금성을 따라갈 수 없지만 자연미를 살린 궁궐은 오로지 우리나라 궁궐밖에 없다고 한다.
궁궐 건축에는 위계가 있어 가장 중요한 건물 이름에는 전 자를 붙인다고 하니 궁궐 관람할 때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유용하게 써 먹을 것 같다. 또 궁궐 건축에서 2층 건물은 루, 아래층은 각이라고 명명한다고 한다. 방보다 마루가 주된 건물은 '헌'이라고 부른다.
"추사를 흠모한 헌종, 교양이 넘치는 군주였다"
역대 왕 중에서 평가절하를 받고 있는 분이 헌종이다. 세도정치에 가려진 이유에서다. 헌종의 문예 사랑은 아버지 효명세자의 피를 물려 받은 것이다. 헌종은 제주도 유배 중인 김정희의 글씨를 얻기 위해 사람을 급파하기도 했다고 한다. 창덕궁 낙선재는 헌종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유홍준 교수는 일반인들이 5개 궁궐을 조망할 수 있는 좋은 장소를 독자들에게 선물로 알려주고 있다.
"근래 들어 궁궐들을 부감하기 좋은 곳이 많이 생겼다. 덕수궁은 서울시청이 개방되어 훌륭한 조망을 제공하고 있고, 경복궁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8층에서 보면 훤하게 보인다. 종묘는 세운상가 옥상에서 보면 숲속의 정전이 그림처럼 드러나고, 창덕궁은 근래에 문을 연 '공간' 신사옥 4층의 카페에서 보면 측면관을 조명할 수 있다. 창경궁은 서울대병원 암센터 6층 옥상에 행복정원이 생겨 더없이 훌륭한 조망을 제공한다."(326)
나무를 보기보다 먼저 숲을 보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듯 5대 궁궐을 자녀들과 함께 다녀올 계획이라면 유홍준 교수가 알려주는 팁이 더 없이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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