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시민으로 고향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고자 했던, 퇴임 후 더욱 인기가 높았던 '노간지' 혹은 '노짱' 혹은 인간 노무현의 짧지만 행복했던 봄날의 기록 [봉하일기]에는 ‘노짱의 편지’ 열여섯 편이 실려 있습니다. 일부는 방문객들과의 인사이기도 했고, 일부는 직접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기도 합니다. ‘노짱의 편지’는 농담 삼아 ‘음성지원’이 되는 글이라고 할 만큼 생생합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참 만만치 않습니다. 두고 두고 생각해보아야 할 고민거리를 던져 줍니다. 그 일부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봉하일기]로 본 자연인 노무현

'노짱의 편지'로 살펴 본 노무현의 오랜 고민... 당신의 생각은?

 

 

 

출세한 사람 훌륭한 사람 성공한 사람

출세한 사람을 다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또 모든 성공이 다 출세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조금씩 다릅니다.

성공 다르고 출세 다르고. 많이 겹치지만 다르죠. 출세한 사람 중에 훌륭한 사람도 있고 훌륭하지 않은 사람도 있거든요.

 

훌륭한 사람의 기준이 어떻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기쁨과 행복을 더 보태 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출세한 사람을 안 좋아하면서도 지 자식은 출세하기를 바라는 게 우리 모두의 똑같은 심정이거든요.

출세가 나쁜 것은 아닌데 출세하고 난 뒤에 꼭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가르쳐야 혼돈이 없습니다.

그래야 우리 마음속에 정신분열이 없는 것입니다. 가치에 대한 분열이 없는 것이죠. 출세도 좋은 것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근데 출세 안 하고도 성공한 사람 있지요? 이렇게 되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이런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지요.

특별하게 개성이 강하든지 자기 주관이 강해서 자기 방식에서 보람을 느끼고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 사람들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출세하지 않고도 성공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지는 사회가 좋은 사회입니다.

그런 사회에서 문화가 꽃피고 창의력이 꽃피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더 개성 있는 성공을 하도록 한번 권고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닌가 이리 생각합니다.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다못해 남한테 짐이라도 덜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입니다.

짐이라도 좀 덜 되는 사람이, 거짓말을 안 하고 살 수 없다면 좀 덜하고 살고, 혹시라도 남을 짓밟게 됐을 때 조금이라도 좀 살살 밟고,

예? 콱콱 밟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도 좀 살살 밟고. 그런 사회를 배려가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기왕이면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작은 정부 좋아하지 말라!

(정부가) 시장에서 손 떼라는 건 뭔 얘기냐면 독점을 해도 내버려 두라는 얘깁니다.

지금 어느 부자가 나타나서 한국의 쌀을 몽땅 다 사 가지고 반만 바닷물에 처넣어 버리면 그다음날 쌀값이 세 배 네 배 될 수 있거든요.

아니 다섯 배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엄청나게 남는 장사죠. 그렇지 않습니까?

사 가지고 절반을 버렸지만 다섯 배 올랐으니까 딱 남는 장사가 됩니다.

 

이런 것들은 어느 정도만이라면 괜찮은데 시장에서 강자들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엄청난 횡포를 부리려고 합니다.

별의별 금융 상품들을 개발해 가지고 경제를 교란시켜 놓고 있지요.

 

중요한 거는 이런 사고가 나지 않게 정부가 사전에 규제할 수 있어야 되는 거거든요.

이 사고가 나지 않도록 시장을 규제해서 공정한 질서 속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속에서 가격 형성이 되고 이 가격의 수요 공급 조절,

가격의 기능에 의해서 수요 공급이 조절되어 나가도록 시장을 유지 운영해 줘야 되는 것이거든요. 누가 왕창 독재하는 걸 못하게 해야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게 되어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 규제를 하지 말라고 합니다.

왜? 부자들이 불편하니까. 노름꾼들이 불편하니까.

 

우리 국민들은 작은 정부 얘기만 나오면 좋아라 해요. 방송에 보도하는 기자들, 앵커들 표정 보면 공무원 자른다는 소리만 나오면 아주 신바람이 나서 막 전달하고 하는데, 공무원이 너무 적으면 국민들한테 서비스를 할 수가 없죠. 미국은 인구 1000명당 75명의 공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은 54명의 공무원을 가지고 있고 일본은 32명 가지고 있고 우리는 28명 갖고 있습니다.

한국에 공무원이 드글드글한 것 같지만 사실은 공무원 숫자가 아주 적습니다. 내가 아는 통계가 나오는 국가 중에 제일 작은 나라죠.

 

그런데도 국민들이 작은 정부를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정당들이 전부 다 작은 정부 하자고 그래요.

작은 정부 하자고 하면 부자들 좋아하는 정당이고, 큰 정부 하자고 하면 서민들 좋아하는 정당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서민들까지도 큰 정부를

싫어하고 작은 정부를 좋아하니까 야당까지도 작은 정부 하겠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그래도 꼭 내가 해야 하는 얘기는 그런 것입니다. 작은 정부 좋아하지 마라. 공무원들이 제발 일 좀 더 해 줘야 되고 세금 좀 더 걷어야 되고요. 제가 말씀드리는데 세금 더 걷으면 우리나라 국민의 80퍼센트는 무조건 이익 봅니다. 대차대조표 갖다 따지면 무조건 이익을 보게 돼 있는데, 세금 올린다 하면 서민들이 먼저 인상 쓰고 신경질 내니까 세금 말도 못 꺼내 보는 겁니다.

 

제발 국민들이 자기 밥그릇 좀 생각하라,

자기 밥그릇 자기 호주머니 생각할 줄 알고 좀 멀리 내다보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불안하지 않게 미리 대비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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