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오래전의 역사를 주제로 삼은 책이라 남아있는 자료가 희박하다 보니 "~로 추정된다" "시리아를 정치,군사적으로 지배하는 해외도시는 없었던 것 같다" 등과 같은 표현들이 많다. 결론적으로 이 책 한권을 읽는다 해서 고대근동의 역사가 개념잡히게 머리에 그려지는 일은 힘들다. 이런분야의 책이 아직 많이 없기도 하고 그게 이 책만의 탓도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의 저자처럼 전문연구가로서 고대근동의 역사를 상당기간 연구해 온 사람이라면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더 정확하게 무슨 말인지 잘 알고 이해하게 되는 책일 것이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1. 고대의 제일가는 도시라 불렸던 바빌론의 면적이 900헥타르의 직사각형 모양의 도시였다는 것.

2. 고리대와 장기복리대부가 판을 쳐 빚을 진 많은 농민들이 허덕이며 살았고, 빈부격차가 매우심한데다 지배층의 착취로 살기가 어려워진 피지배층들이 국가조직을 떠나 중국 후한말의 황건적들처럼 떠돌아 다니며 자신들 나름의 삶을 살았던 무리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부유층에 의한 고리대와 그로 인한 일반농민들의 노예화가 심해지자 이것을 막기 위해 왕이 나서서 대대적으로 채무를 탕감시켰다는 내용도 있다. 아무래도 이를 그대로 방치했을 경우 돈 놀이하는 몇몇 부자들만 더 부자가 되어 세력이 커지고, 왕실의 주수입을 제공하는 일반농민들은 세금을 점점 내기 힘들어 지면서 국가 일탈의 '바빌로니아 황건적'이 되는 등으로 경제적, 사회적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생존을 위해 농업,기타 생산자들이 빌린 대출과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세금을 내기 위해 빌린 대출은 탕감해 주었지만 개인사업을 위한 자금을 위해 대출한 경우는 탕감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고대중동의 전통은 유대민족에게도 이어져 50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대희년'의 유래가 되었다고 본다. 본인은 어려서 카톨릭을 접해본 관계로 로마 카톨릭에 유대교에서 유래한 대희년 기념의식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대희년은 한 마디로 50년에 한번씩 빚에 의해 노예가 된 자나, 빚진 자들의 채무들을 전부 탕감해 자유롭게 해주는 고대 중동의 전통이 내려온 것이다.

그밖에 이 책의 409페이지 아랫문단과 411페이지 첫문단은 같은 내용이 중복되는 편집오류가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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