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의 책을 출판될 때마다 거르지 않고 애독하다 보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작품을 통해  말하는 작가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 이번 이금이 님의 「첫사랑」을 읽으면서 앞서 읽었던 「너도 하늘말나리야 」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에서 결손 가정의 세 인물이 사춘기를 겪어 나가며 나름대로 아픔이나 상처를 치유해 가는 이야기라면 「첫사랑」주인공 동재도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새 엄마를 맞이하고, 은재라는 동생을 새로 만나는 것으로 결손 가정의 한 인물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작가가 빚어내는 이야기는 현실을 반영하고 때로 현실보다 더 문제의식을 보여준다고 할 때 이금이 작가님이야말로 요즘 우리 사회에서 많이 일어나는 결손가정의 문제를 제대로 짚어낸다는 생각이 든다.

 

부유한 환경이든 결손가정이든 성장하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는 누구에게나 해당이 된다. 감수성이 예민하여 고민도 많고 웃을 일도, 눈물도 많고 반항도 많은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 그런 시기에 이 책에 나오는 인물 동재나 은재같은 처지라면 예민한 사춘기 시절이 더 혹독할 수 있다. 물론 아픔이 있기에 더 다스리고 철들어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 책의 동재는 언제 어떻게 자기 앞에 어른거리는 풍선을 언제 빵, 터질지 불안, 불안했다. 이혼과 동시에 엄마가 외국으로 공부를 하러 가고, 아빠는 재혼을 하여 함께 살게 됐으니 동재는 무척이나 낯설고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람의 고통은 사람만이 치유할 때 가장 효과적일까? 이렇게 가정적으로 복잡하고 기름 한 방울처럼 겉돌던 동재를 유연하게 만든 것은 바로 새로 전학 온 연아라는 같은 반 애를 사랑하면서였다. 우연인지 새로 생긴 동생 은재가 연아랑 함께 성당에 다녀 동재는 그 이유로 한집에 살면서도 거리를 뒀던 동생 은재와 부쩍 가까워진다.

 

첫사랑, 말만으로도 풋풋할 만큼 통통 튀는 단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이금이 님의 따뜻한 문체가 물기를 머금어 팅팅볼처럼 튄다. 나오는 단어도 오가는 길에서, 버스에서 아이들한테서 한두 번쯤 들어봄직한 말들이다. 러브장, 투투데이, 싸이, 100일 기념, 스티커 사진, 커플링… 문장 묘사도 첫사랑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섬세하여 어른이 읽어도 홍역처럼 앓았던 사춘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사랑이라면, 그것도 첫사랑이라면 모름지기 이렇게 온몸이 타는 듯 뜨겁거나, 가슴이 찢어지는 듯 고통스럽거나, 흘린 눈물 위에 배를 띄워도 될 만큼 슬프거나, 아무튼 그렇게 강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들은 꿀물처럼 달콤한 그리움 안에서 소용돌이쳐야 하는 것이다. ’

 

역시나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공식이 이 책「첫사랑」에서도 성립된다. 동재는 연아와 깨지고 울컥 솟구치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아빠 차 안에서 눈물샘을 열어버린다. 첫사랑 연아와 헤어진 후 ‘혼자 있을 때 문득문득 아릿한 통증이 쓴 물처럼 넘어왔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하는 동재. 읽어나가는 동안 결국 그 헤어짐이 사뭇 아렸지만 그러면서 껑충 성숙해져 갈 동재를 생각하니 1차 터널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마음에 손뼉이라도 쳐주고 싶었다. 이런 동재를 보며 누군가 말했던 ‘앓으면서 자란다’라는 말이 맞지 싶었다.

 

누구나 살면서 결핍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속에서 인물들은 그 결핍을 새로운 만남으로 채워간다. 동재 아빠가 은재 엄마를 만나고 은재 엄마가 외국인을 만나고,,,,,그 중에서도 햇볕 알레르기가 심한 할머니께 새 할아버지가 아닌 옛 사랑의 할아버지가 찾아와 돌봐주는 이야기는 참말 따뜻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처를 받으면서도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하나보다. 그런데 동재처럼 그 사랑이 풋사랑이고 첫사랑일 때 서툴러 마음을 다치기도 하는 아이들이 많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공감 가는 책을 권하고 싶어도 막상 찾아보면 그다지 많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런 점에서 내면의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진 「첫사랑」은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해줄 것 같아 무지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