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좋은 비는 때를 맞춰 내린다는 두보의 시 춘야희우를 옮겨 적어 본적이 있다. 바짝 말라 죽었는지 살았는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빈 가지에서   며칠 걸쳐 드문 드문  내린 비로 꽃망울들이 툭툭 터져  일제히 함성을 지른다. 
유난히 길고 추웠던 지난 겨울이 었기에 할 말도 많을 것이다.

 그 꽃 들의 함성에는 여러가지 소식이 함께 들어 있다.

 도박 자금 이 마늘 밭에서   잘 익은 돈김치가 되었단다.  돈 김치?
상대 평가에 따른 징벌적 수업료때문에 청춘이 툭 하고 자신의 생명을 던져버렸다고 ?
하루종일  두 소식이 번갈아 연주되는 협주곡이 되어 심사를 어지럽힌다.


이 봄날에 인생의 봄날 아침을 푸른 빛이 도는 훤한 이마를  새벽 바람에 머릿카락을 휘날릴  청춘이 툭  자신을 던져버렸다.
이 봄날 유난히  도드라지게 잘 부푼 꽃망울이 때아닌 서리에 얼어  그대로 말라버린 셈이다.
그 꽃봉우리를  두 손으로 거두어 박제로 만들어  얼마나 안타까워 해야 그 아픔이 치유될까.
죽은 이는 너무 어리다. 그리고 어리광이 심했다. 그리고 자신이 느낀 아픔보다 훨씬 큰 아픔을 많은 사람에게 주고 있다.
 너무 아프면 쉬어 가지. 봄 햇살 아래에서 하루 종일 뒹굴다 허기지면 물 한 모금 마시고 또 뒹굴다 실컷 자고 일어나 그 다음 날 떠오르는 태양이 뽀얀  얼굴에 마구마구 쏟아질때까지
게으름을 피워 보지. 누가 잡아먹지 않는다. 이세 상의 만물은 모두 여행자일뿐   스쳐가는 순간의 자각이 나를 승화시킬때까지 버텨봐야지.  그 동안 자신은 한번도 누군가를 사랑해본적 없고 오직  기대에 찬 허영어린 사랑만 받아온 것은 아닌지, 그것 조차도 알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묻고 또 묻고 싶다.

자신의 선택? 잘못된 선택? 
자신에게 얼마나 묻고 답하고 했을까? 오직 자신에게만 답이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과거 현재 미래  내 내면에 쌓이는 시간의 결
그 때마다의 자신의 모습은 달라진다.
이쪽 언덕에서 건너편 강둑을 바라 볼때와 그 강을 건너   그 곳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와는 다르다.
내가 아는  나, 내가 모르는 나, 두 자아가 끊임없이 주거니 받거니 , 심지어 자신에게도 솔직하기 힘들때도 있다. 
 왜냐하면 나의 두 자아 사이에 신기하게도 제 삼의 시선이 수시로 끼어들기 때문이다.

자신을 객관화 시키는 작업에도 여과장치가 필요한 것일까. 눈치보기기가 시작된다면 글은 더내면으로 들어가기가 힘들어지는 듯하다.
내가 아는 나,  내가 설정한 나 그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진폭을 조절하다 어느순간 안정된 지점에서 고요히 추가 멈추고 정오의 햇살을 견뎌보기.

박미라 선새의 글쓰기를  읽으면서 , 얼마나 뒤척였던지 .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기  , 구비구비 마음의 골짜기를  머뭇머뭇, 쉬엄쉬엄,  또는 훌쩍   뛰어 갈 수 있도록 , 결국은 자신을  멘토 삼아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치료하는 글쓰기작업.  
단 한줄의 글이 여태까지 받았던 모든 상처를 치유해 줄 수도 있다고 한 어느 작가의말이 생각난다. 글 쓰기의 궁극의 가치는 자기치유라고 생각한다.


  어떤 색깔도 채색이 되지 않은 청춘이  툭 ! 
떨어져 버린   봄날.

사회적 자아가 신음을 하고 있다. 성과주의가 부른 자기함몰, 인간을 도구화하는 시스템을 견뎌 낼 수  있는 자기방어기제를 성숙 시킬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봄날의 꽃 빛깔은 순하고 순하지만

그 순하디 순한 꽃 구름속에서 얼어 말라 죽은 꽃맹아리가  있기에 아프다.

자신이 미처 쓰지 못하고  , 표현하지 못한 상처를 누가 기록해줄 것인가

 그 기록은 너와 나를 위한  위로와 반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의 삶은 자기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라고 헤르만 헷세의 말이 생각난다.

치유의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