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노 가즈아키의 란포 상 수상작인 <13계단>을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이 작품 <제노사이드>에 대한 입소문도 꽤나 들어왔던 터라 기대치가 적지는 않았다만...

이 작품, <제노사이드>는 왠만한 기대치는 넘칠만큼 충족시켜 줄 만큼 재미면에서나, 읽고 난 후의 여운에 있어서나 뛰어난 작품이었다.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한 일본의 한 대학원생의 이야기와 콩고의 특수부대원들의 이야기를 팽팽하게 당겨서 교차편집한 연출도 뛰어났고,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 치밀한 자료조사와 작가의 뚜렷한 역사의식까지 어느 한 부분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었다.

신인류의 등장에 대한 SF 적인 기대와 상상은 기본적으로 받는 선물이고,

또한 아프리카 내전에 대한 독자의 관심과 강자의 역사에 대한 재인식의 계기까지 마련해준다.

무엇보다 인간의 선의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잃지 않고 있으며, 또한 진화의 과정에서 그 선의 자체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설정 자체가 좋았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미처 읽지 못한 다른 작품들까지 찾게 만드는 수작이었으며, 단순히 마케팅 문구로만 생각되었던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랭킹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준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로 등장하는 한국인 이정훈의 캐릭터와 한국인의 '정'이라는 감성에 대한 언급, 그리고 한일 과거사에 대한 시각의 균형감은 이 작품이 일본 내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다카노 가즈아키는 세계를 무대로 한 '작가'의 입지를 굳혀놓지 않았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