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할 수도 없는 극복하려는 의지조차 Melt down 시켜버리는 그런 나른한 외로움의 세계가 있다. 이언은 MOT 시절부터 집요하게 디지털화된 왜곡된 음을 통해 외로움을 탐닉하며 관찰한다. 이번에 발매된 자신의 이름을 건 솔로앨범 또한 MOT 의 작업들과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앨범은 아니었다.

수록곡 하나하나가 쉽게 듣고 넘길 수 없는 집요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무엇보다 반가웠던 작업은 The Czars 의 명곡 [Drug] 의 리메이크와 현진영의 곡으로 알려진 [슬픈 마네킹]의 인상적인 리메이킹 작업이었다. "You are a drug to me"라는 가사부터가 이언스럽다고 할까.

이언(MOT)의 가사를 보면, 국카스텐의 곡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아니, 국카스텐보다 MOT을 먼저 듣고 좋아했으니, 국카스텐의 곡을 듣다 보면 가사에 있어서는 MOT 을 떠올리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듯 하다. 하지만, 국카스텐의 가사가 허상에 동어반복으로 좋다가도 금새 싫증이 나는 순간이 오고 마는 형태라면, MOT(이언)의 가사는 가슴을 후벼파며 스산한 바람에 도취되게 만들어놓고서도 그 여운이 보태어지고 더 보태어져 어느 새 중독될 정도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고 할까.

MOT 의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MOT 의 경계를 벗어나 더 실험적인 음향들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그 수록곡 수만으로도 참으로 실한 앨범.

이언은 MOT 3집에 대한 계획도 가지고 있다니, 이 앨범으로 MOT 의 다음 정규앨범까지의 갈증을 채워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