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전의 영화 <밀양>은 라스 폰 트리에를 계속 떠올리게 하였더랬다. 그냥 니콜 키드만이 출연했던 <도그빌>이 자꾸 연상되었더랬다.
보고 난 후의 영화 <밀양>은 라스 폰 트리에만큼 살벌하게 삶을 드러내보여주진 않았더랬다.
원작 소설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 중에서 몇 가지 메모
 
주산...
알암이...
약국을 하는 부부
화자는 아이의 아비
아내의 집념과 희망
 
학원 근처 2층 건물 지하실 바닥에서 시체가 발견되어 나온다
 
이불 집 김 집사 아주머니
 
우리 구세주 예수님 앞으로 나오세요. 그래서 그분의 사랑에 의지하도록 하세요. 주님께선 모든 힘든 이들의 무거운 짐을 함께 져주십니다. 그리고 모든 상처 받은 영혼들의 아픔을 함께해 주시며, 그것을 사랑으로 치유해 주십니다. 알암이 엄마는 지금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해 갈 수 없는 크나큰 영혼의 상처를 입고 있어요. 애 엄마 혼자서는 그 짐을 절대로 감내해 나갈 수가 없어요......
아내는 아이의 영혼의 구원을 찾기 위해서 교회를 찾기 시작한다.
 
자기 용서의 증거를 원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그는 이미 주님의 이름으로 자신의 모든 죄과를 참회하고 그 주님의 용서와 사랑 속에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있었다 하였다. 뿐더러 그는 참회의 증표와 주님의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사후의 신장과 두 눈알을 다른 사람에게 바칠 약속까지 해놓고 있었다 하였다.
살인자가 그 아이의 어미 앞에서 어떻게 그토록 침착하고 평화스런 얼굴을 할 수가 있느냔 말이에요. 살인자가 어떻게 성인 같은 모습으로 변할 수가 있느냐 그 말이에요.
그의 죄가 나밖에 누구에게서 먼저 용서될 수가 있어요? 그럴 권리는 주님에게도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주님께선 내게서 그걸 빼앗아가 버리신 거예요. 나는 주님에게 그를 용서할 기회마저 빼앗기고 만 거란 말이에요. 내가 어떻게 다시 그를 용서합니까.
 
이제와서 제가 왜 죽음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제 영혼은 이미 아버지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거두어주실 것을 약속해 주셨습니다. 영혼 뿐 아니라 제 육신의 일부는 이 땅에서 다시 생명을 얻어 태어날 것입니다. 저는 저의 눈과 신장을 살아 있는 형제들에게 맡기고 가니까요. 형장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말이었다.
다만 한 가지 여망이 있다면 저로 하여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영혼에도 주님의 사랑과 구원이 함께 임해 주셨으면 하는 기원뿐입니다. 저는 그분들의 희생과 고통을 통하여 오늘 새 영혼의 생명을 얻어 가지만, 아이의 가족들은 아직도 무서운 슬픔과 고통 속에 있을 것입니다. 저는 지금이나 저 세상으로 가서나 그분들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아이의 영혼을 저와 함께 주님의 나라로 인도해 주시고 살아남아 고통 받는 그 가족 분들의 슬픔을 사랑으로 덜어주고 위로해주십사고......
 
 
 
 
이창동 감독은, 절망이 완전히 잦아들어야 희망이 오는 것도, 용서가 시작됐다고 미움이 소멸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 씨네21의 김혜리씨의 글 중에서
 
<밀양>은 이야기하기 좋은 영화였다만... 생각하기 좋은 영화는 아니었던 듯...
마치 고교시절 독토 할 때 토론거리는 많았지만, 마음 속으로 뭔가 진짜 강하게 와 닿아서 되새기며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건 아닌 책들처럼...
 
전도연은... 늘 평균이상의 연기는 보여주는 배우였다. 기대 이상으로 과감한 노출장면도 보여주었고, 지나치게 닭살스러운 애교를 보여주기도 하였고...
그런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 다양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전도연은 캐릭터로 기억되기보다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로 기억되는 배우인듯하다.
 
길거리를 배회하며 알 듯 말 듯한 소리를 중얼거리는 그녀의 공허한 모습은 아주 잠깐 소름끼쳤지만...
이상하게 아리는... 그녀의 연기에 많은 점수를 주게 되지는 않는다. 그녀는 매끄럽지만... 뭔가를 움직일만큼 소름끼치지는 않는가보다.
 
삶에 있어서의 절망... 그리고 구원이라... 역시 시작도 끝도 없는 게 우리의 인생이고... 완전한 타자도 될 수 없는 게 누군가의 삶이고... 그 모호성이 삶이 아닐려나. 원작의 짧은 이야기 속의 깊은 절망이 시대적인 배경을 엎고 뭔가를 더 생각하게 하는 반면... 재구성되고, 적절하게 등장인물들을 배치시킨 영화는 근래 보기 드물게 예술영화의 경계에 걸쳐져 있기는 하다만... 많은 이들이 명연기, 명배우라고 칭하는 것들이 왜... 내게는 상투적으로 느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