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란 분. 인도 오지(奧地)만을 골라 여행을 하다 홍차의 고향인 아쌈(Assam)주에 “꽂혀” 아쌈홀릭이 된 분이다. 아쌈주는 인도 북동부의 주(州)로 세계 최다우(最多雨) 지역 중 한 곳이다. 쌀과 차, 황마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저자가 찾아간 아쌈주에는 수십만 평에 이르는 광활한 면적을 가진 여러 다원(茶園)들이 산재한다.

‘여왕의 입맛을 훔친 홍차를 만나다’는 여왕의 홍차인 로얄 브랜드를 찾아나선 여행기이다. 우리나라나 중국 등지에서는 끓인 물의 색에 착안해 홍차라 부르고 유럽에서는 완성된 찻잎의 검은 빛에 착안해 블랙티라 부른다. 차는 엄밀하게 말해 차나무의 잎을 말한다. 즉 율무차 같은 것은 탕(湯)이라 불러야 한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차의 기원지는 미얀마의 이라와디 강의 원류지대와 그 지역으로부터 중국 남동부 인도차이나, 그리고 아쌈지역이다. 티베트 산계(山系)에서 기원했다는 설도 있다. 티 가든에서 대략 1만여장의 잎을 따면 1kg 정도의 무게가 나온다고 한다. 그들 노동자들의 하루치인 7.5 kg 정도를 채우려면 75,000 장 정도를 따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꿀벌이 1kg의 꿀을 모으기 위해서는 560만 송이의 꽃을 찾아야 한다고 하니 간접 비교가 된다.)

본문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혹시 로얄 브랜드를 알아? 영국 왕실에서만 마신다는 티 말이야. 윈저나 마르게리타 빌리지에 있다고 들었거든.” “잘 모르겠는데요.”.. 다민족 국가인 인도의 화폐에는 16개의 공용어가 실려 있다고 한다. 28개 주의 하나인 아쌈주도 예외가 아니다. 마르게리타는 오래 전 네팔 사람들이 중국을 거쳐 들어와 정착한 곳이라고 한다.

저자는 다원 자체가 방대하다 보니 두 살까지는 로즈나무, 세 살부터는 일반 차나무로 분리해서 관리는 했다는 말을 듣는다. 말하자면 이 지역(윈저, 마르게리타 마을)의 차나무 전체가 왕실용 즉 로얄 브랜드인 것이다.

인도의 계급제도는 엄격하기로 유명한데 설명에 의하면 하층민에 속하는 계급 즉 찻잎만 따야 하는 부족이 있다고 한다. 아침 여덟시 이전에 나와 해지기 전까지 하루 종일 일해도 하루 80루피(2,000원)의 임금을 받을 뿐이고 시간 외 근무수당도 인센티브도 없다고 한다. 다만 윈저 다원의 여인들은 다른 곳에 비해 차림도 깔끔하고 왕실로부터 약간의 차와 더불어 필요한 도구나 소품들도 하사받는 등 조건이 좋다고 한다.

사람들이 어린 찻잎을 선호하는 이유는 홍차 특유의 떫은 맛을 내는 탄닌과 폴리페놀 함유량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꽃은 왠만해서는 보기 어려운데 차나무는 동백나무과로 색깔이 하얗지 않고 빨갰다면 동백꽃으로 알았을 것이란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차나무는 꽃과 열매가 마주본다고 해서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 불린다. 차는 발효 정도에 따라 그린티(녹차: 반발효), 우롱티(반발효), 블랙티(홍차: 완전발효) 등으로 나뉜다. 차의 운반기간이 길어 홍차가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배에서 1년 이상 머물다 보니 차의 푸른 잎이 햇빛을 받아 검은색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때 버릴까 고민하던 선원들이 한번 끓여 마셔 보니 맛이 일품이었다고 한다. 홍차는 그런 이력을 지닌 음식이다.

달여 낸 차의 품질을 평가하기 위해 라이센스를 가진 달인들은 혀의 감각을 잃게 하는 일체의 행동을 삼간다고 하니 수행자를 연상하게 한다. 아쌈은 고온다습한 기온으로 모기가 많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현지인들은 잘 물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의 책을 읽고 나마스떼가 내 안의 신(神)이 당신에게 인사합니다란 뜻이고 재스민이 야래향(夜來香: 아쌈마롤 세왈리)로 불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쌈의 다원 중 비루조라 다원만이 녹차를 생산하는 사연은 슬프게 다가온다. 기술이 없는 탓이다. 녹차는 부분 발효를 하는 차이기에 홍차와 조금 다를 뿐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차나무가 무성했었지만 아무도 홍차 제조 기술을 가르쳐 주지 않아 비교적 손이 덜 가는 녹차를 생산하게 된 것이다.

귀한 인연과 노동, 식민의 역사 등이 두루 어우러진 홍차는 여왕의 입맛을 훔칠 정도로 특별한 음식이다. 궁금한 것은 동양의 차 정신에 해당하는 것이 그들에게 있는지, 이다. 홍차를 한잔씩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