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가능성, 추억을 선물한 슈퍼스타 K2가 막을 내렸다. 상당한 관심을 받았고, 케이블에서 18%대의 시청율을 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130만명의 예선 참가자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시청율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재능있는 참가자들이 슈퍼위크와 합숙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줬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일상에 지친 사람에게 슈퍼스타 K2는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은 환풍기를 고치며 행사가수로 생계를 이어갔던 허각을 통해, 혹은 불우한 개인사를 음악으로 극복한 그들의 삶을 통해, 실력이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과, 자신의 고난을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한 그들의 승리로 대리만족을 얻은 것 같다. 참가자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미션을 통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했고, 그 과정에서 땀과 눈물을 흘렸다.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다. 눈길만 이끈 것이 아니다. 감동을 주었고,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인정해 준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어제(2010년 10월 29일) 저녁 7시 슈퍼스타 K2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존 박(아메리칸 아이돌 top 20)의 예선을 보자. 타이거 JK와 윤미래가 심사위원으로 있었는데, 타이거 JK는 존박의 노래를 듣고 이런 말을 한다. ’보통 가수랑 똑같이 부르려 하는데 자신의 스타일로 불렀다. come back home.  한국에서 봅시다’. 다른 심사위원은 ’본인스타일로 불러 어떤 노래인지도 몰랐다. 느낌 있다.’고 말했다. 실력과 경험에서 뒤지는 아마추어가 뭔가를 보여주려면 첫째도 개성, 둘째도 개성이다. 자신만의 것으로 갈때까지 가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다른 심사위원도 같은 언급을 했고, 1일 심사위원으로 나온 이문세도 심사평에서 같은 말을 했다. 나는 이것이 아마추어 혹은 초심자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사람들은 기존의 가수에서 받지못한 신선한 느낌, 감동을 받았고, 아낌없는 박수를 주었다. 이는 사람의 취향이 변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취향의 발견이다. 개성으로 밀고나갔기에, 새로운 취향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개성을 최대한 살린 사람은 장재인, 김지수를 들 수 있다. 라이벌 미션에서 서인영의 ’신데렐라’를 새롭게 리메이크해서 자신만의 노래로 만든 것은 그들의 개성을 최고로 살린 것이다. 노래를 듣는 순간 4명의 심사위원의 표정을 보았는가? 나도 그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이것이 빽 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이 가져야 할 자신만의 무기다. 자신만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고, 열심히 즐기면서 노력하니 바뀌었다. 장재인은 자신의 음악이 비주류이므로 혼자, 방안에서 하는 노래라는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top3에 올랐고, 여전히 한국인에게 통기타 음악이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또한 기존의 취향을 새롭게 발견해,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재창조한 것이라 생각한다. 장재인, 김지수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과 같은, 혹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것이다. 문화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또다른 성공 요인으로 공정한 심사, 누구나 납득할 만한 심사를 했다는 것. 지도자론에 대해 쓴 글이 있는데, 사람들을 이끌려면 그들에게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적었다. 과거와 같은 밀실 결정, 권력에 무조건적 추종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만약 이들의 심사에 외압이 작용해서, 실력이 평가 기준이 아니라 빽(자신의 능력, 노력 이외의 것)이 심사 결과에 영향을 줬다면,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고, 높은 시청율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신철의 조카가 나왔는데, 이하늘은 ’철이형 미안합니다. 불합격을 통보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많이 공정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앞으로도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으면 통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람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졌고, 가치관도 공정해졌다. 

아메리칸 아이돌 top 20에 입선한 존박을 통해 나는 우리나라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느꼈다. 심사위원이 존박에게 아메리칸 아이돌과 슈퍼스타 K2의 차이점을 물었다. 존박은 대답한다.’ 아메리칸 아이돌과 달리 슈퍼스타 K2는 노래, 춤, 감정 표현 등을 훈련시킨다. 그래서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와 미국의 차이점이 아닐까.. 우리는 전쟁을 겪고나서 외국의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지금은 원조를 하는 세계에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잘살아보세’라는 구호아래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온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만든 나라다. 이런 압축, 고도 성장의 모습이 고스란이 슈퍼스타 K2에도 녹아 있다. 이런 우리의 민족성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러워하는지, 연일 한국의 교육을 본받아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향후에 한국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말도 들리고, G20회의를 개최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도 이와는 무관치 않아 보인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가수다.’ 어느 시민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를 노래에만 적용할 필요는 없다. 타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 허각의 노래에 대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영혼을 움직이는 노래’. ’감동제조자 허각’. ’마음의 소리 허각’. 그래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또 있다. 허각은 미군부대 미션에서 1등을 차지해 소원 1가지를 허락 받는다. 존박에겐 미리 말하지 않고, 존박의 어머니를 초청한다. 이런 마음 씀씀이가 곱다. 허각은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존박은 여심을 움직였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해 사람들에게 인간승리라는 대리만족을 안겨줬고, 존박의 어머니를 초대하는 인품을 보여줬다. 예선 처음부터 봤던 사람이라면, 처음 허각의 스타일(처음엔 촌스럽다)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그는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인품을 보여줬다. 나도 감동했고, 많은 사람이 감동했고, 이것이 그를 우승으로 이끈 것 같다. 

끝으로, 계속되는 예선과 top11을 거쳐 탈락자가 나오면서 든 생각이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 사람은 이전의 무대와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한 번 더 깨달았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모습을 통해 ’변화란 성실과 근면만큼 중요하다’는 박경철 선생님의 말처럼, 현재의 나는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급변하는 현실에 발맞춰 더이상 변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생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슈퍼스타 K2지만, 그 과정을 통해 이렇게 많은 배울 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