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밴드라는 프로그램에서 번아웃하우스를 처음 봤던 때가 떠오른다.

"시계추"라는 곡을 부르던.

진실하면서 절절했던 그러나 달콤하기도 했던.

 

 

그리고 그들의 첫 번째 EP앨범을 듣는다.

앨범의 부제는 To my beloved …

앨범 트랙은 '나'와 '너'를 이어주는 5개의 언어로 되어있다.

 

 

시계추 속에 갇힌 나를 구해줘.

나에게 필요한 건 오직 너뿐인걸 깨달았어.

나의 마음이 들리니.

언제쯤 나의 마음이 너에게 전해질 수 있을지.

이젠 모두 그대와 함께 할거야.

 

 

곡들을 듣고 있으면, CD 자켓 그림처럼 된다.

나의 바로 그 마음을 표현한 가사와,

절절하며 진실한 목소리를 들으며

모든 것이 다 타 들어가지만

 

동시에…

 

터져버릴 듯한 사랑 때문에

총천연색으로 다시 덧칠된다.

 

 

 

 

나의 마음을 온통 다 타버리게 만들었다가,

그래도 다시 사랑이란 감정으로 터져버리게 만드는 번아웃하우스의 곡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것이 짝사랑이든, 양 방향의 사랑이든- 은 때론 무거운 짐이다.

사랑의 감정이라는 짐은 나를 짓누르지만, 나는 그 짐을 벗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번아웃하우스 또한 그 사랑의 감정을 지고서 사랑의 고백을 읊조리기도 하고, 폭발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번아웃하우스의 노래를 듣고 또 듣는다.

그들도 나와 같음을 말해주고, 위로해주고 있기 때문에.

 

 

 

 

나는 또 다른 한 장의 CD를 누구에게 주게 될까?

번아웃하우스의 노래를 통해 전하는 나의 사랑의 고백을 말이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오경석씨가 작사를 하면서 생각했던 사람은 누구일까?

또 이 노래를 듣는 다른 사람들이 각자 떠올리게 될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말이다.

 

 

 

 

 

진실한 사랑은 보이지 않아. 내 사랑 나를 기억해줘. 네 귓가에 남은 나를.

-영화<blind>에서 마리가 루벤에게 보내는 편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