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생에서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우리 자아에 대한 약간의 앎이지.

그런데 그 앎은 너무 늦게 찾아와서

결국은 지울 수 없는 회환이나

거두어들이게 되는거야.

- p.159

 

 

일단 바로 전에 읽었던 <젊은 예술가의 초상>보다 글씨도 크고 페이지수도 적고 내용도 그리 난해하지 않았다. 옛 지식의 인용이 거의 없어서 주석도 그리 많지 않았다. 바닷가의 첫 장면묘사는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시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였다.

 

같은 번역가의 작품인데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암흑의 핵심>에 비해서 그토록 난해하게 느껴졌던 건 번역상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말로라는 뱃사람이 자신의 아프리카에서의 체험을 동료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 재밌는 내용은 아니었으나 쏙 빠져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하는 힘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아프리카에 가기를 소망했던 말로가 기선의 선장이 되어 아프리카를 향해 떠나는데 그는 아프리카에 도착해서 자신이 일할 곳인 오지의 어느 강 상류까지 가면서 그곳의 책임자인 커츠라는 비범한 인물에 대해 듣게 되고 그를 빨리 만나보고 싶어하게 되는데 만나자마자 그의 임종을 지키게 된다.

 

커츠는 엄청난 양의 상아를 수집해서 회사에 막대한 이윤을 주고 있었고, 원주민들에게는 신격화되어 있었으며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백인들에게는 능력을 인정받으면서도 시기를 받기도 하며 수탈을 자행하다가 병이나 무섭다는 말만을 남긴 채 죽음을 맞이한다. 옮긴이는 작품해설에서 이 소설의 중심 이미지 중에 하나인 속이 텅빈 인간이란 바로 커츠이며 소설의 제목인 암흑의 핵심도 결국 커츠의 타락한 심성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작가는 식민제국주의가 아프리카에 행한 수탈행위를 커츠라는 인물의 이념과 탐욕으로 인한 정신적 타락에 빗대어서 표현한 것 같다.

 

이 세계의 정복이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우리들과는 피부색이 다르고 우리보다 코가 약간 낮은 사람들을 상대로 자행하는 약탈 행위 아닌가. 그러므로 그 행위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것이 못 된다구. 이 불미로운 행위를 대속해 주는 것은 이념밖에 없어요. 그 행위 이면에 숨은 이념이지. 감상적인 구실이 아니라 이념이라야 해. 그리고 그 이념에 대한 사심 없는 믿음이 있어야지. 이념이야말로 우리가 설정해 놓고 그 앞에서 절을 하며 제물을 바칠 수 있는 무엇이거든...... -pp. 15~16

 

 

 

민음사, 세계문학, 암흑의핵심, 조셉콘래드, 이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