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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었던 <기사단장 죽이기> 1권과는 다르게 2권은 매우 극적이며 동적입니다.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을 그린 화가 아마다 도모히코가 빈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겪었던 역사적 사건이 드러나고 대충이나마 그가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짐작하게 하는 데요. 마음 깊숙히 숨겨놓은 마음의 빚을 어떻게든 그림으로나마 청산하고 싶었던 아마다 도모히코. 그리고 그런 그에게 어딘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는 ‘나’. 이런 와중에 나가 그리고 있는 초상화 모델을 해주고 있던 마리에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데아의 현현인 기사단장은 그녀를 살리고 싶다면 ‘기사단장 죽이기’의 그림처럼 자신을 죽이고 그림 한켠에 있는 긴 얼굴을 따라가야 한다고 이야기하죠. 도대체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마리에의 그림을 그리면서 그녀에게서 어떤 감정(사랑은 아닙니다)을 느끼고 있던 나는 기사단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 과정에서 아마다 도모히코는 마지막 안식을 찾습니다.

한편, 긴 얼굴을 따라 현실이 아닌 메타포의 세계인지, 죽음의 어디메인지 알 수 없는 세계에 들어간 나는 고통과 불안, 두려움을 하나씩 떨쳐내며 몇주전 땅을 파낸 구멍에서 눈을 뜨고 멘시키의 도움으로 그곳을 벗어납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마리에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죠. 도대체 자신이 한 일이 마리에가 집에 돌아온 일과 무슨 관계인지는 아무리 맞춰봐도 알 수 없지만 마리에가 기사단장과 만났음을 알고 안심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돌아온 나는 다시 초상화 일을 시작하고 이혼한 부인에게 연락하는 데요.

사실 엄청 집중해서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 마리에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진 메타포의 세계(로 보이는)에서의 그 시간이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아니, 그 장면만 봤을 때는 어찌보면 나의 환상 속 세계, 살면서 갖고 있었던 상처, 고통, 불안감, 두려움 등을 떨쳐 내기 위한 고난의 시간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는 데, 이게 마리에가 실종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도대체 어떻게 얽힌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뭔가 어렴풋이 잡힐 듯 잡힐 것 같은데 잡히지 않는게 너무나도 답답하더군요

그러나 확실한 것은 확 와닿지 않았지만 이 책에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느낄 수는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느꼈다시피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그 의미를 처음엔 잘 못 받아들여 힘들어했는 데요, 조금 성장한 것인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알 수 있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책 제목과 표지 또한 마찬가지죠. 뭔가 더 큰 것이 일어날 것만 같았던 예감과는 다르게, 그리고 왠지 진짜 주인공은 아마다 도모히코같단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는 기사단장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을 보았을까요? 그는 죽기 직전, 행복했을까요? ─등등.

주인공 나는 행복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았고 한층 성장했고 그외 등장인물 모두 각자의 행복, 혹은 인생 길을 찾았을 것 같아요. 사실 주제는 참 단순한 것 같은 데 너무 이야기가 크게 그려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은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그렇다고 해서 판타지 느낌도 들지 않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게 참 신기하단 느낌이 들더군요.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매력이 듬뿍 담긴 소설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못 읽은 하루키 소설이 많은 데 얼른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새록새록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