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실용독서 가이드북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는 올해 고전인문 독서를 강조하면서 한동안 자기계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저자 이지성이 그의 멘티와 함께 공저한 책이다. 멘티 정희일과 실제로 진행했던 독서 멘토링을 바탕으로 ‘생존독서’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저자 이지성 역시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였다. 20세부터 7년여 동안 꾸준히 책을 읽어왔지만, 전혀 변화가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독서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깨닫게 된다. 이후 이른바 생존독서를 하게 되고, 2~3년 동안 자기계발서만 2000여 권을 읽어나가면서 사고방식이 확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2-3년에 자기계발서만 2,000여 권을 읽었다니, 3년만 잡아도 하루 두 권을 읽은 셈이 된다. 정말 가능한 숫자일까 싶다만 저자의 말대로 불치병 환자가 치료약을 찾는 마음으로 불난 집에 불 끄는 심정으로 책을 읽었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비슷한 예로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도 급성간염으로 3년 동안 입원을 했을 때 약 4,000여 권을 읽고 자신만의 사업원칙을 확고하게 만들어서 지금의 그를 만들어냈다고 하지 않던가. 문제는 권수가 아니라 어떻게 책을 읽느냐 일 것이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하는 질문이 이 책 전반에 걸쳐 던져진 화두이다. 사람들은 독서를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에 만족하는가 하면, 그저 즐기는 독서를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 어떤 의도에서든 독서는 바람직한 여가선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독서를 좀 다르게 봤다. 저자는 이 책을 설명하면서 조선시대로 말하자면 성리학을 공부하며 향유하는 독서를 이제껏 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실학을 공부하며 실사구시하는 독서로 바꿔보자고 말하고 있다.

 

 

 

 

 

   책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이 책은 책이라면 라면받침으로만 썼던 홍대리가 인생을 바꾸기 위한 ‘1년 365권 자기계발 독서’ 미션을 단계별로 차근차근 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에 대해 소설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들은 삶을 바꾸는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실천법과 독서가 주는 변화란 무엇인지 홍대리를 통해 보여준다. 소설형식이고, 저자들이 직접 경험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독서와 독서법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의 인상적인 대목은 ‘100일 독서’라고 해서 10일 동안 33 권의 책을 읽는 부분이었다. 이것을 ‘몇 일동안 몇 권을 읽었다’ 하는 독서 권수에 주목해서는 곤란하다. 여기서 100일 독서는 일상에서 독서습관을 넣기 위한 일종의 워밍업. 예를 들어 어제까지만 해도 독서가 전혀 없는 일상에서도 독자들은 꽤 바빴을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독서를 한다면 하루 2시간 여 독서 시간을 넣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얼마나 시간이 빡빡해지겠는가?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시간은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단 1분도 없는 것 같지만,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면 1시간도 있는 게 시간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할 것 다하고 시간을 내려면 없지만, 불필요한 시간을 빼면 시간이 남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독서를 우선순위에 넣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독서시간을 빼면 금방 지쳐 버릴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100일 독서를 넣었다. 베스트셀러든, 스테디셀러든,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내가 읽고 싶은 책’ 33권을 읽는 다고 저자는 말했다. 하루 세 시간, 단 사흘에 한 권꼴로 100일을 읽다 보면 33권이 된다. 이렇게 약간의 강제를 둬야 지키게 되는데, 실제로 100일 독서를 통해 얻게 되는 것은 ‘책 읽는 습관’일 것이다. 하루 세 시간 동안 꾸준히 책을 읽다가 보면 어느 순간 ‘습관’이 들어 잠깐의 여유가 생기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처음 책읽기를 시작할 때 조언을 해 주셨던 교수님이 1년 동안 소설을 읽으라고 했는데, 같은 결과 즉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않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도무지 책을 읽을 시간을 만들지 못하겠다..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독자를 위한 이야기가 있다.

 

   1974년,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TV 송신탑이 과격파에 의해 파괴되면서 130만 대나 되는 텔레비전이 약 1년 간 먹통이 되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다. 극도로 혼란스러웠을 이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방 사람들은 더 큰 안정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TV시청보다 독서를 많이 하게 되면서 서점의 수입이 늘었고, 어린이들은 바깥놀이를 즐기게 되어 더욱 건강해졌으며, 마을 사람들의 대화가 늘면서 서로 더욱 친밀해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책 읽을 시간이 생기기만 기다린다면 평생 한 권도 못 읽을지 모른다. 책 읽을 시간이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 말자. 굳이 송신탑을 파괴시키지 않더라도, ‘거실을 서재로’ 같은 캠페인을 벌이지 않더라도, TV를 잠시 끄면 바로 시간이 날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TV를 보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습관적으로 TV를 켜놓고 멍하니 쳐다보며 시간을 죽이지는 말자는 말이다. 독자들이 이제껏 편한 자세로 TV를 봤다면, 앞으로는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가장 편한 자세로 읽으면 책을 읽는 습관은 바로 생길 것이다.

 

   그렇다. 무엇이든 꾸준하게 하려면 의도하기보다 아예 습관이 되는 편이 낫다. 그렇다고 본다면 여기에서 습관의 반대는 ‘슬럼프’가 아닐까. 무언가 습관이 들 정도로 즐기다가 어느 순간 어떤 일이 생겨서 잠시 그만두거나 하면 다시 매달리기가 힘들어진다. 우리는 이럴 때 ‘슬럼프에 빠졌다’고 하는데, 독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례로 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몇 개월 동안 정말 미친 듯이 독서를 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회에 나가기 전 정말 멋진 습관하나 만들었구나’ 하고 내심 기뻐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역 후에는일상에 쫓겨 다시 책을 못 잡게 된다.

 

   사실 독서라는 것이 혼자서 해야 하는 것이라 한편 생각하면 마라톤처럼 외로운 일일 수 있다. 물론 어느 정치인이 감옥에 수감되자 ‘야~ 이제야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되었구나’라고 말한 것처럼 본격적으로 독서를 즐길 줄 알게 되면 철저하게 혼자되기를 바라겠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약간의 자극이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슬럼프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멘토를 만난다, 동지를 만난다, 도서관에 간다’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모두가 ‘일종의 자극’을 받으라는 뜻일 것이다. 스승을 찾아가 자극을 받고, 동료들을 만나서 위로를 얻고, 도서관을 찾아가서 수없이 않은 책들에 매료되는 것 이러면서 더욱 용왕매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러다 보면 어느새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되고, 언젠가부터 슬럼프라는 건 찾아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독서가 내 일상에서 자리를 잡게 될까? 나 역시 어린 시절 똑같은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교수님께 어쭤봤더니, 그 분께서는 “독서는 두뇌라는 항아리에 한바가지 물을 채우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셨다.” 교수님의 말씀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한두 컵(독서량)을 부어서는 항아리(머리)에 물이 얼마나 찼는지(저장된 지식)를 알 수 없다. 항아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열권이 넘고 스무 권이 넘고 삼십 권이 넘었을 때, 두뇌라는 항아리는 채워짐을 느끼게 된다. 어느 날 항아리에 물이라는 독서량이 차서 찰랑찰랑해졌을 때, 마지막 한 컵을 더 부으면 항아리는 물이 넘치게 되는데, 이때가 독서를 통해 쌓였던 지식이 배출되는 순간이다.

   이때 배출되는 내용들은 마지막 물 한 컵의 독서가 아니라 그동안 쌓아왔던 독서량들이 대류현상을 통해 뒤섞여 밖으로 분출된 것이다. 이 순간부터 독서의 인센티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를 경험한다면 독서의 참맛을 얻게 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굳이 독서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읽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시골의사 박경철도 트위터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했는데 .마라토너들이 경험하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한 선사들이 선방에서 느끼는 것 같은 깨달음, 화두를 들고 정신을 극한으로 이끌면 나타나는 일종의 부유감 같은 체험을 말한다. 그는 독서를 하다가 머리끝부터 꼬리뼈까지 찌릿찌릿해지는 체험을 하는데, 독서체험의 최고경지가 이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저자도 ‘커다란 항아리에 물을 채운다고 생각’하고 독서를 하라...고 말하던데, 내가 비슷한 글을 지난 봄에 기고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저자가 내 글을 읽은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은 대목이었다.

 

   지난 해 어느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남녀 중 1년 동안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10 명 중 3 명이라고 한다. 반면 책을 읽는 성인들은 평균 1 년에 15 권 정도라고 한다. 일본이 17 권인 것을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다. 여러분은 올해 몇 권의 책을 읽었는가? 혹시 한 권도 읽지 않은 3명에 포함되지는 않는가?

 

   이 책은 어쩌면 그런 분들을 위한 책일 것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알지만,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막막해 했던 직장인이 있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루케 마코토라는 일본의 다독가는 자신의 책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에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원숭이다.”라고 좀 심한 말을 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책을 통해 쌓은 지식이 없고, 상상력이 빈곤한 데다, 자기만의 철학이나 주장도 있을 리 없으므로 그저 남의 생각을 마치 자기 생각인양 앵무새처럼 반복하거나 남의 행동을 따라 하기 바쁘기 때문에 원숭이와 다를 바가 뭐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독서만큼 경제적이고 유익한 문화생활이 또 없다. 익어가는 가을 이 책으로 독서습관을 기르는 계기를 마련해보길 바란다.

 

이 방송은 10월 11일자 이데일리 TV의

이기는 투자전략 - 경제경영 따라잡기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6분 경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