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서아 가비는 러시아 커피를 말한다고 한다. 이 책은 한편의 소설이지만 역사적 사실이 들어있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작년 여름에 아이들과 덕수궁에 궁궐 학교를 간적이 있다. 아이들은 수업받고 엄마들도 따로 설명을 해주셔서 설명을 들었었다.

도심 속에 자리잡은 덕수궁이 그전에는 낭만적으로 보였으나 그 수업 이후에는 덕수궁은 더 이상 낭만적인 곳이 아닌 가슴 아픈 곳으로 느껴졌다.

정관헌은 고종황제가 자주 커피를 마셨던 곳이며, 덕혜옹주의 유치원이기도 했던 준명당등 그리 오래되지 않은 역사속에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이였다.

 

아버지는 잔을 들어 그 향을 코로 들이마시고 그 빛깔을 눈으로 살핀다음 한 모금 입 안으로 머금었다. 나도 모르게 침이 꼭깍 넘어갔다. 커피란다. 한자로는 가비다{加比茶}라고 하지. 나중에 네가 결혼하는 날 혼수품으로 주마.

그 후로도 아버지는 가끔 나를 앉혀놓고 커피를 마셨다. 비 오는 한낮 대청마루에서, 눈 내리는 밤 사랑방에서, 한모금 주랴 권한 적도 있찌만 나는 고개 저었다.

이 향과 이 빛깔로 상상하는 맛이 혹시 아니면 어쩌지..........?

두려웠던 탓이다.

내게 커피는 딸수 없는 밤하늘의 별과도 같았다.

 

주인공 따냐는 역관인 아버지가 청나라 연행길 수행중에 국왕의 하사품을 가지고 달아나다 절벽에 떨어져 즉사함으로 식솔들도 천민으로 살아야 해서 러시아로 도망가게 된다. 러시아에서 낙관을 위조하여 그림을 팔거나 , 러시아 숲을 팔거나 하는 사기꾼이 된다.

그러다 고종을 감시하면서 커피를 끓이는 일을 하게 된다.

 

... 잠이 오질 않는 구나. 가비를 많이 마셔서겠지. 가비를 많이 마셔서라도 잠들고 싶지가 않은 나날이었다. 눈만 감으면 금광이다 나무다 항구다 차지하려는 놈들로 우글거렸으니까. 조금이라도 잠을 줄여 저놈들이 도둑질을 못하도록 조선을 탈바꿈시키고 싶었지.... 참 이상한 일은 가비를 아무리 많이 마셔도 잠이 쏟아지는 밤이 있고 가비를 입에 대지 않더라도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있다는 거야. 그런 데도 과인은 계속 가비 탓만 해왔느니라. 이 검은 액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커피 애호가였던 고종황제와 조선최초의 바리스타 따냐!

실제 고종황제의 커피를 누가 만들었을지 궁금해진다. 궁녀였을까?

가비는 이번주에 영화로 개봉된다. 고종황제- 박휘순, 따냐ㅡ김소연, 일리치ㅡ주진모

개봉하는날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책속의 이야기을 또 어떻게 영화속에 담았는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