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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진정한 명품이란 무엇인가] 돌에 숨결을 불어넣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보석상들이 방돔 광장에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의 일이다. 그 선두주자는 프레드릭 부쉐론이다. 방돔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르니에의 새 오페라하우스가 세워진다는 정보를 입수한 부쉐론은 광장이 패션의 명소가 될 것임을 예측하고, 이곳에 자신의 부티크를 열었다. 1893년에 이루어진 일이다. 까르띠에와 쇼메가 그 뒤를 따랐다. 이후 방돔 광장은 명품 브랜드를 잡아끄는 명소가 되었다. 광장의 팔각형모양은 샤넬이 처음으로 출시한 손목시계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다.

보석 디자이너 로렌츠 보이머의 살롱에서 보는 광장의 전망은 참으로 멋있었다. 보이머는 광장이 끊임없이 자신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고 했다.

“파리 사람들에게 광장은 인생이 펼쳐지는 극장이죠. 또한 파리 명품의 진열장 노릇을 해왔습니다.”

보이머는 접근방식은 진정한 명품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그 면모를 다양하게 보여 준다. 그는 40대 초반에 자신의 브랜드를 훌륭하게 이루어 냈다. 물론 아는 사람만 아는 어느 정도 비밀스러운 브랜드이다. 한동안 보이머는 샤넬의 비공식 보석 디자이너였다. 내가 그를 만나러 갔을 당시 보이머는 마침 루이뷔통의 보석 라인을 디자인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한줌의 글로벌 브랜드가 전 세계를 지배하는 이 업계에서 보이머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다.

방돔 광장에 자리를 잡고 있기는 하지만 보이머는 진열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의 살롱은 단지 몇 품의 보석이 진열된 세 개의 회의실로 이루어져 있으며, 엘리베이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다. 물론 미리 약속을 잡아야만 한다. 보이머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그의 고객은 지인의 소개를 통해 찾아오며 일단 고객이 되면 밀착 개인 서비스를 받는다. 보이머는 오트쿠튀르와 엔지니어, 장인, 기업가를 결합한 인물이다.

“저는 혁신과 디자인, 생산을 전공했어요. 아이디어라는 씨앗에서 세일즈에 이르는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에 기반을 둔 것이죠. 사실 저는 제가 배워 온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보이머는 로렌츠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모조 장신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창업을 하기에 아주 훌륭한 방법이었죠. 재료에 큰돈을 허비하지 않고도 저의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으니까요. 저는 언제나 보석 디자이너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재능과 시간, 그리고 자본이죠! 그러나 돈이 없어도 모조 장신구는 제가 창의성을 발휘하는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크리스털을 자르고 금박을 입힌 금속조각이나 색이 들어간 모조 보석으로 뭔가를 만들어 내는 일은 정말 재미있지요.”

보이머는 독학을 하다시피 하면서 왁스로 모델을 조각하고 주물공과 도금사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것을 이국적인 작품으로 바꾸어 냈다. 다양한 색깔의 모조 보석으로 커다란 동물 브로치를 만들었던 일을 그는 흐뭇하게 회상했다.

1992년, 그러니까 창업을 하고 4년 뒤 보이머는 어떤 고객의 요청으로 진짜 보석이라는 보다 높은 차원에 올라서게 된다. 그 작품은 다이아몬드로 둘러싼 소용돌이무늬의 황금 장식이었다.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많은 공이 들어간 작품이다. 일단 새로운 세상에 들어선 보이머는 이 분야에 머무르기로 결심을 굳혔다.

“고급 보석을 디자인하는 일은 정말 독특합니다. 다른 생산 과정이 가지지 못한 감정과 감성의 공명이 있어요. 어떤 고객이 샤넬의 최신 컬렉션에서 몇 점의 옷을 사가지고 저를 찾아왔다고 합시다. 그러나 보석 하나에 그 고급 드레스와 똑같은 금액을 지불하라고 한다면 상당히 망설이겠죠. 좀 더 생각해 본다며 남편에게 의견을 물을 겁니다. 이게 쉬운 결정이 되어야만 합니다. 보석은 옷보다 훨씬 더 오래 가는 것이기 때문이죠. 보석을 구입하는 일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서 명품의 진정한 요소 가운데 하나를 터치하고 있다는 느낌이 필요하죠. 그것은 곧 럭셔리의 경험입니다.”

↑ 로렌츠 보이머가 디자인한 성게 반지

보이머는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 살롱을 찾아오는 고객은 자신의 보석을 디자인할 사람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것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할 수 있죠. 이렇게 해서 나오는 결과물은 평생 그와 함께할 겁니다.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가지는 거죠. 다른 명품 산업과 구별해 주는 점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있어 보석은 창의성과 가치와 디테일한 점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주의력을 결합한 산물입니다.”

보이머는 자신을 일종의 무대 연주자라고 여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일하는 여덟 명의 직원들과 다양한 외주 작업자들을 이끄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 작업은 오케스트라와 다를 바 없습니다. 모든 분야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을 때, 그 마지막 결과물을 보며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