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말썽을 좀 피웠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잘못도 없는데 무조건 내 탓으로, 내가 했다고 믿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싫다.
억울하다.
분하다.
그래서 눈물이 다 난다. ㅠ ㅠ

은수는 70점짜리 수학 시험지와 60점 짜리 받아쓰기 점수때문에

자신이 마치 시험지 점수처럼 형편없는 아이로 취급당하는 게 속상하다.

물론 화분이랑 유리창을 깨뜨리기도 했고 수업시간에 졸다 못 해 꿈까지 꾸기도 하지만

인삼 벤자민 화분에 압정을 박지는 않았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투와 아이들의 눈빛은 이미 은수가 범인이라고 단정짓고 있으니 속을 까뒤집어 보여줄 수도 없고...
게다가 선생님은 아무도 모르게 교실에 스파이를 심어 두었으니 조심하라고 엄포를 놓는다.

우리 중에 스파이가 있다고?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되고

은수는 자기가 하지도 않은 일로 벌을 서고 혼이 날 때마다 스파이를 찾아내어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다.

내가 그런 거 아니란 말이야!!!

어른들은 '배우 아저씨'가 하릴없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빈둥거린다며 놈팡이라고 부르지만

은수에게는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는 멋진 친구이자 멘토다.

비록 머리카락은 떡지고 말을 더듬을 때도 있지만 은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저씨가

반드시 멋진 배우가 될 거라 믿는다.

배우 아저씨, 그런데 진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에요?

살다가 한 번씩, 아니 뜻하지 않게 몇 번은 서로 간에 생긴 오해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오해를 받을 때면 답답한 마음에 은수처럼 외칠 수 없는 말들을 '삐아삐아'라고 중얼거리듯 누군가를 잡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시간이 흘러 오해가 풀린다면 다행이지만 오해때문에 골이 깊어져 회복이 불가능해지기라도 하면 얼마나 괴로운지 ㅠ ㅠ
그럴 때면 라면상자를 뜯어 가슴에 걸고 진실을 밝히려다가 엄마 손에 끌려나간 은수처럼 나도 '침묵 시위'를 벌이고 싶다.(!?)

도둑으로까지 몰렸으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선생님은 은수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그건 엄마의 '하지말라'는 말과 똑같다.
왜 아무도 날 믿어주지 않는 거야!

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그런 말을 해서 서로를 의심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은수가 스스로 스파이와 진실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겠지만 그러다 자칫 엇나가면 어쩌려고 그러셨을까.
낙인처럼 찍힌 꼬리표때문에 이 시대의 은수들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난 원래 이것 밖에 못 하는 아이라고 자신을 믿어 버릴까봐 조마조마하던 마음이라니...

<우리 반 스파이>는 말썽쟁이 은수가 억울함을 벗기 위해 스파이를 밝혀나가는 과정을 재밌게 그려낸 동화다.

'왕찌질이' 승규와 이쑤시개보다 뾰족한 '대왕싸가지' 수진이가 덥썩 미끼를 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몰래 가방에 넣는 쪽지의 내용은 누구라도 웃음이 빵 터진다.^^
야~~~~ 스파이 너 빨리 자수 안 해?

칭찬보다 꾸중에 익숙한 은수의 모습을 보며 나역시 칭찬에 얼마나 인색한 사람이었는지 돌아다본다.

저마다 틀린 생김새처럼 재주와 개성도 제각각이라는 걸 알면서 정한 기준에 맞지 않으면 왜 틀렸다고 말할까?

꼴통 짓을(?!) 많이 하지만 야무지고 이유있는 반항을 보여준 은수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른의 자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다.

진실은 마음 속에 있지만 보여주지 않으면 누구라도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것 또한.^^

잘 하고 있다고,
힘 들어도 포기하지 말라고,
토닥토닥 아이들의 등을 도닥여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