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처음 볼때 표지와 제목을 본 다음 보는 것이 바로 광고띠의 문구다. 사실, 광고띠의 문구에 속아넘어간적이 많아 읽기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라는게 묘해서, 그래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것 같다. ’한순간’이라는 제목도 웬지 의미심장하고, ’대형 신인작가 가와하라 렌의 치열하고도 강렬한 첫 장편소설 / 수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으며 영화로 제작중인 최고의 화제작!’ 이라는 문구 역시 외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집어든 <한순간>. 그렇게 책장을 펼쳤다.

 이야기가 참 아기자기하다. 이즈미와 준이치의 첫만남을 보고 살짝 웃게 된다. 사귀게 되는 과정이 조금 엉성한듯 보이기도 하고, 조금 엉뚱해 보이긴 한데 왜 이리 귀여운지. 멋대가리 없이 다가와서는 "저기 소노다 나, 좋아해?" 라니. 아무리 좋아하는게 사실일지라도 그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본다면 "그래, 좋아"라고 대답하기는 웬지 좀 멋쩍지 않을까. 어쨋든 그들은 그 계기로 서로의 마음을 알게되고 사귀게 된다.

 준이치와 이즈미의 알콩달콩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하지만, 운명이라는 것이 그렇듯 그들을 결코 행복하게만 만들지는 않는다. 그들은 왜 그런 운명에 처해야만 했던 것일까? 사고로 죽게 되는 준이치와, 사고의 기억을 잃어버린 이즈미. 한순간이었다. 모든것이 잠깐 찰라에 그렇게 엉망으로 되어 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실, <한순간>의 내용은 여타의 소설에서 봐었던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랑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소설에서는 한번쯤 등장하는 이야기, 그리고 내용전개는 다소 식상하기도 하다. 예전 (대학교때)에 한참 감수성이 풍부할때 이런 류의 책들을 참 많이 읽었었다. 아마, 그땐 나 역시 사랑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이야기에 울고 웃는 나 자신과 마주하기도 수차례.

 그러나, 요즘은 그런 감수성이 예전같지만은 못한것 같다. 하지만, 나 역시 사랑이라는 것을 해봤었기에 (사랑이라고 믿었었다. 한때는.), 다소 식상하고 뻔한 사건전개임에도 불구하고 공감하며 빠져들게 된다. 글의 문체가 편안하고, 가독성이 좋다는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그는 죽고 나만 살아 남았다. 과연 어떤 느낌일까?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이 내 두눈에서 사라져 버린다면...사랑하는 사람이 내 두눈에서 아파하는 모습을,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그 생각을 하자, 괜스레 울컥했다. 요즘들어 감수성이 메말라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나 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생각 하자, 눈가가 젖어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딱 한번 눈물을 흘렸는데 이즈미가 사고로 그 순간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기억을 찾게 되는 과정중에 기억해낸 부분 때문이었다. 트럭이 그들을 향해 달려왔을때 그 순간 준이치의 행동을 난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모습이 클로즈업 되어 눈가를 젖게 만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광고띠의 문구는 과장된 감이 좀 있는듯 하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치열하고도 강렬하다’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로도 제작중이라고 하는데 배경을 아름답게 하고, 주인공들 선택을 잘해야 될것 같다. 그렇게 하면 식상한 소재의 이야기라도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영화한편이 나올수도 있을것 같다.

 책의 아름다운 표지에 이끌려 책을 집어드는 독자도 있을것이고, 영화로 제작중이라고 하니 궁금해서 책을 집어드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즈미의 일이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직접 그 일을 겪었다고 생각한다면,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질 것이다. 마지막 선물 역시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 역시 홍조를 띠며 행복해 졌으니 말이다.

 사랑의 시작도, 만남도, 헤어짐도...모두 한순간이어라~! 아름다운 청춘..아름다운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