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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다 속이 더 두려운 일본의 산업경쟁력』은 경제와 산업의 측면에서 일본의 진면목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은 언제부터 소재, 부품, 장비산업의 산업경쟁력을 갖추고 강해져 왔는가, 일본의 강중기업들이 온리원을 통해 발전할 수 있었던 풍토와 저력은 무엇인가 등을 제대로 분석하고 이해한 후 해법을 찾았다.

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의 일본
2011년 3월의 대한민국은 온통 일본 열도의 지진과 쓰나미 소식에 휩싸였다. 그리고 잠시도 촉각을 늦추지 못한 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여파와 영향력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조금은 낯설지만 강도 9.0의 지진과 쓰나미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은 천재지변을 안타까워하며 성금을 내놓는 모습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더욱이 수요일마다 일본문화원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던 정신대 할머니들이 쓰나미 희생자를 애도하고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 마디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 그대로다. 지진과 쓰나미와 원전 뉴스 속에서 일본기업이 생산하는 소재와 부품과 장비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의 전자업계가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릴락 말락 전해지기도 했다.

이율배반의 이웃,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
예로부터 우리는 일본을 왜(倭)라고 하며 무시하는 정서도 있었고, 일제 치하를 겪었던 과거사 탓으로 좀처럼 일본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을 우습게 아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볼 때 국토의 면적만 해도 우리나라의 약 4배이고, 인구도 1억2천7백만 명이 넘는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확실히 큰 나라다. 객관적인 지표로 볼 때 비교대상이 되기 어려운데도 자존심만 세운다고 끝나는 일일까? 역발상으로, 이웃나라 일본의 존재 자체가 우리나라의 발전과 미래에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타산지석이라고 할 수는 없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름대로 경제와 산업의 측면에서 일본의 진면목(眞面目)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자는 소박한 의도를 담고 있다.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은 어떻게 강해졌는가?
단순히 소재, 부품, 장비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경제와 산업 전반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질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4가지 원동력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선진문물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인드 형성이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제도가 족쇄로 작용하였던 우리와 달리 일본은 지도층의 리더십과 현장의 장인정신이 조화를 이루어 누구라도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면 성공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었다. 둘째는 선각자의 리더십과 인재양성이다. 일본의 지도층은 막부 시절부터 리더십을 발휘하고 인재를 양성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사회제도와 시스템이다. 에도 막부가 지방 다이묘들에게 1년씩 상경(上京)하여 근무하도록 한 참근교대제(參勤交代制)로 도로, 여관, 음식점, 화폐제도 등 산업 발달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었다. 넷째로 비교우위의 대상뿐만 아니라 비교열위의 대상까지 인식하는 창조적인 벤치마킹이다. 벤치마킹은 우리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교훈일 성싶다.

일본 역사상 세 차례의 대규모 벤치마킹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구미歐美의 근대문명과 문화를 재빨리 벤치마킹하고 주체적으로 수용하면서 동양권에서는 가장 먼저 근대국가를 건설했다. 1872년에 미국과 유럽을 순방한 이와쿠라 사절단은 일본의 첫 번째 구미 벤치마킹으로 메이지 정부의 근대화를 상징한다. 일본 전자산업의 기반기술은 해군과 육군 등 군에 의해서 닦여졌다고 할 수 있는데, 일본의 역사상 두 번째 벤치마킹은 1940년 12월 대규모의 육군과 해군 시찰단이 독일을 방문하여 선진기술을 배워온 것이다. 일본의 세 번째 벤치마킹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다음에 이루어졌다. 1955년 이후 생산성본부에서 파견한 전기통신기계공업 전문 산업시찰단이 미국을 속속들이 벤치마킹한다. 세 차례의 벤치마킹은 뚜렷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준비가 철저하고, 실행과정이 치밀하며, 결과를 완벽하게 정리했다는 것이다. 벤치마킹 자체가 일본 산업의 DNA처럼 뿌리를 내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삼성의 일본통이 살펴본 일본의 산업경쟁력
요즘은 ‘일본에서 바라본 삼성’을 우리나라의 언론에서 다루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만큼 삼성의 실적이 괄목할 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4년 삼성전자는 일본의 전자업계 Top10의 매출 이익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다. 따라서 삼성의 일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가의 시각으로 일본의 산업경쟁력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지은이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6년 반 동안 일본삼성주식회사의 대표취체역 사장을 맡았고, 모두 12년 이상 삼성맨으로 일본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삼성의 일본통’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롤로그] 일본을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
제1장 삼성의 약진과 일본의 엄살

제2장 조선업과 반도체 산업으로 본 산업사의 흐름과 중심이동
조선 산업의 경우
반도체 산업의 경우

제3장 일본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올까
선진문물 수용을 위한 마인드 형성
사회제도와 시스템
선각자의 리더십과 인재육성
벤치마킹(△ + α = □ +?)

제4장 140년 전, 이와쿠라 사절단 구미 제국을 순례하다
힘F = 질량m × 가속도a
메이지 정부의 구미 벤치마킹
사절단의 규모와 주요 시찰경로
특명전권대사 미구米歐(歐美) 회람실기回覽實記
이와쿠라 사절단의 시각

제5장 후지필름, 산업보국의 이정표를 세우다
늙지 않는 기술로 늙지 않는 기업
대일본셀룰로이드주식회사의 사명감
후지필름의 사업기반 확립
후지필름의 핵심기술
융·복합 연구개발과 소용지이所用之異

제6장 국가적 사명감과 빈곤 탈출에 대한 열망의 결합으로 일궈낸 TDK
인류에게 달[月]에서의 소리를 전해준 TDK
자성체 페라이트 사업화를 위해 창업하다
모방할 수 없는 기술의 축적, 재료기술과 프로세스 기술
선각자의 리더십과 동조 인맥의 형성

제7장 일본 전자산업의 뿌리는 군대
군軍에 의해 닦여진 일본 전자산업의 기반기술
전후 일본의 전자산업을 이끈 해군의 기술자들
해군의 조직과 인재육성
육군과학연구소와 전파탐지기 개발
해군기술연구소와 무선통신
육군과 해군의 대규모 독일 시찰단 파견
패전이 일본기업에게는 전화위복

제8장 니콘, 군수용으로 출발하여 민수용으로 꽃피우다
라이프지의 한국전쟁 보도사진으로 유명해진 니콘 카메라
1917년, 광학병기 사업으로 출발하다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인 기술자와 육·해군 기술인력 확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군수용에서 민수용으로 전환
반도체 분야 진출
니콘의 기반기술
일본에서 니콘과 같은 기업이 나타날 수 있었던 배경

제9장 아날로그 기술로 디지털시대의 강자가 된 HOYA
눈 나쁜 사람들에게 빛이 되어 준 기업
군수용 광학 글라스 비즈니스를 민수용으로 전환하다
에도기리코[江戶切子] 장인들과의 만남
광光일렉트로닉스 사업 진출과 성공
기회는 준비하고 기다리는 자에게 찾아온다

제10장 전후의 일본, 미국을 벤치마킹하다
생산성본부와 전기통신기계공업 전문 산업시찰단 파견
전기통신기계공업 전문 시찰단의 구성과 철저한 사전 준비
체계적인 벤치마킹과 주요 시찰내용, 그리고 결과 보고서
산업시찰단 파견의 역사성과 의의

제11장 기술기반 마케팅을 지향하는 메이커 형 상사 동경일렉트론
샐러리맨의 불만과 불안이 만들어낸 회사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시작하여 인맥으로 위기를 극복하다
일본판 벤처비즈니스의 성장 비결
수입도 개발투자라고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
기술 확보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

제12장 삼성이 달려 나가면 일본기업이 웃는 까닭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
잃어버린 10년, 실제로는 역사상 가장 이노베이티브한 시기
[에필로그] 일본 · 일본경제와 필자에 대해 묻고 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