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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행복 차원을 넘어 공적 행복으로!

『행복의 철학: 공적 행복을 찾아서』는 ‘행복’의 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바라봄으로써 공동체 정신이 무너졌다고 말하며,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다시금 묻고 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시급히 요청되는 행복의 문제로 ‘공적 행복’을 제시한다. 공적 행복은 공적 영역에서 정치적 행위를 통해 얻게 되는 행복을 의미한다. 공적 행복은 차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열정으로부터 나온다. 또한 차이에 대한 열정은 타자가 존재해야하며, 타자를 인정함으로써 가능하다. 즉 개인은 결코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항상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개인임을 이 책에서는 강조하며, 타자의 인정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정신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적 행복 차원을 넘어선 '공적 행복'이 요구되는 한국사회
개인주의와 경제지상주의가 한국사회를 점령한 지금, '행복'의 문제도 이제 개인적인 차원으로 이해되고 추구되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 21세기 한국의 현실이다. 넘쳐나는 처세술과 자기개발에 관한 책들이 서점가를 평정하고 '잘살기'의 방법에 대해 방송과 언론에서는 연일 떠들어댄다. 대학조차 스펙쌓기라는 명목 아래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결국 자기만 잘되면 그만인 것이라는 논리가 깔려 있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가 와는 상관없이 자기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자기 주변을 둘러싼 타자와 세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사치스러울 뿐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묻고 있다. 진부하게 생각될 수 있는 이 질문이 시급히 요청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행복'의 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환원시켜 공동체 정신에 입각한 삶의 질서가 그만큼 붕괴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적 행복의 결과 ― 미국 독립혁명기와 프랑스대혁명의 극명한 비교
저자는 우리 사회에 시급히 요청되는 행복의 문제로 '공적 행복'을 문제 삼는다. 공적 행복은 공적 영역에서 정치적 행위를 통해 얻게 되는 행복을 의미한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이를 정치적 행복(political happiness)이라고도 했다. 사실 이 공적 행복의 경험은 시민적 자유가 가능했던 근대 이후의 일이다. 즉 평등한 시민, 자유로운 시민이라는 의식과 더불어 생긴 경험인 것이다. 미국 독립혁명기와 프랑스대혁명 당시를 비교해보면 이 공적 행복의 의미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
미국 독립혁명기 당시 주민들은 마을 집회에 참여하여 공공의 일에 대해 토론하고 입장을 결정했다. 그들은 의무감이나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공동의 일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에 참여했다. 그들은 사실 영국의 지배 아래에 있으면서도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는 있었지만, '독립적인' 자유를 추구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새로운 시민적 자유를 맛보았고, 그와 더불어 공적 행복을 경험했던 것이다. 공적 행복은 공적 자유, 즉 시민적 자유에서 나온다. 시민적 자유란 시민이 공공 영역에 접근하는 권리이며, 공권력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의 말처럼, 통치 업무에 참여자가 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곧 '행복'이라는 용어가 공권력을 공유한다는 말과 더불어 활용된 것은 인간이 사적 생활에서만 자신의 행복을 향유하는 삶은 전적으로 행복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의 독립혁명과는 달리 프랑스대혁명은 미국의 경우와는 다른 귀결점으로 향해 갔다. 프랑스대혁명의 경우, 처음에는 자유를 목표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혁명의 진행 과정에서 가난한 자들, 비참한 자들이 혁명의 무대에 등장하면서 혁명의 목표가 자유에서 사적인 행복으로 변질되었다고 아렌트는 그의 저서 『혁명론』에서 분석한다. 빈곤의 문제가 프랑스대혁명의 핵심 과제가 되어버림으로써 새로운 공화국의 건설은 무산되었고 필연성과 생존 과정 자체의 절박성 때문에 결국 정치적 자유의 문제가 포기되기에 이른 것이다. 자유를 목표로 시작된 프랑스대혁명은 그 과정에서 경제 문제의 해결로 그 목표가 이전되면서 결국 사적ㆍ사회적 담론이 지닌 필연성의 힘에 의해 공적 자유를 상실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도 물론 공적 행복의 경험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멀리는 1898년 서울 종로에서 있었던 만민공동회로부터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2008년 촛불집회가 그것이다.

공적 행복 ― "차이에 대한 열정"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이런 공적 행복은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저자는 아렌트가 존 애덤스(John Adams)가 한 말을 인용하여, 마을집회에 참가하여 논의와 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이끈 것은 "차이에 대한 열정"(the passion for distinction)이라고 말한 점을 근거로 든다. 즉 이런 열정은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고자 하는 욕망이지만, 이 욕망에는 미덕과 악덕이 구분된다. 미덕이란 다른 사람보다 우월해지려는 욕망 때문에 갖게 되는 경쟁심(emulation)이며, 이로 인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동의 세계를 사랑하게 되고, 동동한 사람들의 무리를 수용하게 되며, 공공 업무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악덕은 야망(ambition)인데, 이는 내가 차별화됨으로써 결국 권력을 획득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이러한 권력 자체에 대한 갈망과 의지는 정치적 악덕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든 정치적 삶을 파괴하는 것이다. 즉 경쟁을 통해서 우월성에 대한 인정을 받더라도 그것이 바로 권력 추구를 통해 지배(domination)를 이룩하려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공적 행복을 통해 이루어야 하는 바람직한 모습은 차이를 서로가 추구하는 가운데 공적 영역이 지속되는 모습니다. 이러한 공적 행복 개념은 전적으로 행동하는 개인에게 귀속되며, 정치적 자유를 향한 의지적 행동의 산물로 존재하는 것이다.

타자의 현존, 타자의 인정
우리 사회에 공적 행복의 문제를 제기하는 저자의 궁극적 목적은 바로 공적 행복이 다른 사람들의 현존을 요구한다는 점에 있다. 즉 공적 행복은 차이에 대한 열정으로부터 나오는데, 차이에 대한 열정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차이를 느끼게 하는 대상이 현존해야 하며, 남을 능가하기 위해서는 능가할 남이 현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적 행복을 느끼게 하는, 행위하는 실존적 개인은 결코 단독자일 수 없으며, 그는 항상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개인이며, 관계 속의 개인인 것이다. 따라서 공적 행복을 느끼는 개인은 이미 상황 속에 있는 개인이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공적 행복의 보다 심층적 근원을 정치적으로 함께함, 즉 인간의 근원적 관계성이라고 답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지극히 파편화된 개인주의가 지배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IMF의 경험과 신자유주의의 세계화가 낳은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기제를 우리는 저자가 시급히 우리 사회에 요구하고 있는 '공적 행복'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곧 타자의 인정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정신의 복원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차례

프롤로그: 비오는 토요일 오후의 행복 5

제1부 공적 행복을 찾아서
제1장 행복은 마음에 달린 것일까 15
제2장 행복의 차원들 31
제3장 공적 행복을 찾아서 47

제2부 공적 행복을 위한 생각
제4장 생각과 자유 67
제5장 진리와 인간의 존엄성 87

제3부 공적 행복을 위한 연대
제6장 철인왕 콤플렉스의 위험 115
제7장 국가와 시민 연대 129
제8장 연대는 무엇으로 이루는가 147

제4부 공적 행복과 경계 넘기
제9장 현실주의와 평화주의 175
제10장 종교의 경계를 넘어 공존으로 199

에필로그: 어제와 내일 사이에 221

후기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