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벨 훅스(1952~ )는 스스로 자신이 페미니즘 내에서 급진적 흑인 페미니스트라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가 8년 동안의 연구와 퇴고를 거듭한 끝에 완성한 『나는 여자가 아닙니까: 흑인 여성과 페미니즘』은 1992년 <퍼블리셔스 위클리>지에서 발표한 ‘지난 20년간 여성이 쓴 가장 영향력 있는 책’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사상가인 훅스는 항상 일반 대중에게 페미니즘이 뭔지, 그게 무엇에 관한 운동인지 알게 해주는 작은 책을 갈망해 왔다. 그래서 쉽고 간명해서 수월하게 읽을 수 있고, 직설적이고 명쾌하여 이해하기 쉬운 책을 스스로 집필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행복한 페미니즘』이다.

많은 사람들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가령 ‘걔들이 남자들을 어떻게 미워하는지, 걔들이 본성 그리고 신에 대해 어떤 식으로 어깃장을 놓고자 하는지, 걔들이 어떻게 다들 직장을 잡아가지고는 백인 남자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세상 살기 힘들게 만들어 놓았는지’라는 생각들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은 가부장제적 매스미디어가 부각시킨 반(反)남성주의 페미니스트들과 개혁주의 페미니스트들의 모습을 통해서 페미니즘을 배우기 때문에 이런 편견을 가지게 되었다고 비판한다.

훅스는 반(反)남성주의, 개혁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진행한 페미니즘 운동의 폐해를 지적하며 독자가 올바르게 페미니즘 운동을 이해하고 미래 지향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여기서 저자는 페미니즘이란 성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운동이라고 정의 내린다. 그리고 이러한 운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순 비판에만 머물지 않고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여 준다. 그녀는 특히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모든 형태의 폭력이 종식되어야 하며, 사랑을 바탕으로 한 관계 속에서 진정한 상호 배려와 파트너십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주장한 바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페미니스트를 ‘털 많고 못생긴 여자들의 악다구니, 남자처럼 되고 싶어 날뛰는 성난 여자들 패거리’쯤으로 여기는 이유를 명쾌하게 지적하기도 한다. 게다가 우리들이 페미니즘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페미니즘 운동이 어떻게 전개해 나가야 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독자가 이해하기도 쉽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훅스의 견해가 페미니즘 운동을 100%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페미니즘 운동은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나타나 있고 저자의 견해는 그 중 일부만을 차지하고 있다. 그녀의 견해가 아무리 타당하더라도 아직 페미니즘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구축하지 못한 독자들은 반남성주의 페미니스트나 개혁주의 페미니스트들의 문제점을 직시하는 것만큼 이들이 이룩한 여러 성과들을 무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관련한 편견을 조목조목 꼬집어서 비판하며 편견을 해소시켜 주고자 노력한다. 페미니스트 사상가들도 아름다움과 가꾸기를 인정하며 미에 관한 건강한 대안적 모델을 추구하고 있는데 우리는 단지 주류 매스미디어의 편협한 보도를 수용하여 그들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의 페미니즘 실현(여성과 일터, 페미니스트 부모 되기, 자유로운 결혼과 파트너십)을 소단원으로 잡아 독자가 페미니즘에 쉽게 다가가고 진중히 성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다만 범위가 넓고 학문의 한 분과로 자리 잡은 페미니즘에 대하여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했기 때문에 내용은 심도 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