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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책을 만나다 | 추천수 0 | 댓글수 2 # 1. 소녀 책을 만나다   위대한 만남 (오죠 라즈쉬니)   책이 없다면 신도 침묵을 지키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지되고, 철학도 문학도 말이 없을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책이라는 구원의 손을 주지 않았더라면, 지상의 모든 영광은 망각 속에 되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리처드 베리)   첫 만남은 과연 언제였을까? 까마득한 기억을 되짚어 보느라 미간에 주름을 있는 힘껏 세워보아도  그녀의 기억이 불러내는 것은 아련한 그림자 같은 그 유년의 여름,  고무 다라이에 물을 받아 놓고 발가벗은 채 혼자 물장구 삼매경에 빠져 있는 자신의 모습까지이다. 아빠와 함께 성큼 대문을 들어서는 낯선 젊은 남자의 긴 다리. 사실은 전에도 본적 있는 삼촌이라 불리는 아빠의 동료 선생님 일 뿐이다. 그리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아빠 엄마가 아닌 다른 이 그것도 남자 어른에게 발가벗은 몸을 보였다는 부끄러움이라는 그 생소한 감정. 그것이 그녀의 자의식이 기억하는 인생의 시작이고, 순수한 의미에서 진정한 유년의 종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에겐. 그날도 아빠의 가방 사이로 삐죽이 그녀를 위한 새 책 한 권이 끼여 있었던 것... 책버러지요정 | 2008. 12. 21.

아주 나이가 많은, 내 애인들 | 추천수 0 | 댓글수 1 여름이었다. 오랜 시간 고시공부를 하다보니 용돈이 턱없이 부족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 더이상 손벌리기가 죄송스러웠던 나는 학교 중앙 도서관에서 도서정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도서관 아르바이트는 업무 강도에 비해 시급이 좋은 편이라했다. 사서와는 달리 도서배열 아르바이트는 북카트를 끌고다니면서 학생들이 읽다 놓고간 책들을 수거하여 다시 책장에 찾아 꼿는 일을 했다. 보름에 한번씩은 새로들어온 책들을 정리하기도 했고, 때론 서가에 잘못 꼿혀져 있는 책을 찾아 바른장소에 옮겨놓는 숨박꼭질도 했다. 학생들이 책을읽고 얼마나 아무렇게 팽개쳐놓고 가기에 그런 아르바이트가 필요할까 싶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이다. 책은 반드시 그렇게 보던자리에 그냥 두고 가주지 않으면 오히려 곤란하다. 잘못된 자리에 꼿힌책은 도서 검색을 한다하여도 찾을수가 없어 없는책과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여튼 사람들이 나간 자리에 놓여있는 보다 만 책들의 조합을 통해 그 사람의 관심사를 유추해볼 수 있었던 그 아르바이트는 재밌었다. 용돈을 벌기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였지만, 매일같이 오전시간을 도서관에서 도서배열을 하다... 돌고래처럼 | 2008. 12. 21.

한 여름의 산타같은 선물 | 추천수 0 | 댓글수 2 “책 가져 왔어요”   오늘도 어김없이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무디게 하는 병원에 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빠가 계시는 병실로 들어온다. 내가 가지고 오는 책들을 잔뜩 기다리고 계실 얼굴을 기대하면서.   작년 여름. 고요하기만 한 집안에 폭풍처럼 갑자기 다가온 불운은 생각하기도 싫지만 우리 가족이 책과 연애할 수 있는 뜻밖의 기회를 가져다 준 사건이기도 하다. 20여 년간 당뇨병으로 고생하시던 아빠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신 후 약 3달간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 일이 시작이었고, 그때부터 모든 생활이 아빠와 병원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낯설고 두려운 환경에 차츰 적응이 되어 새벽 녘 맥박과 혈압을 재기 위한 간호원의 조심스런 발자국 소리에도, 혹은 허옇고 맛없는 병원식에도 그리고 1층 로비에 마련된 쓰디쓴 자판기 커피맛에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부모님도 나이가 드시면 다시 아이가 된다고 했던가? 정신 없었던 병원에서의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이제 의식도 회복되고 본격적으로 힘든 치료가 시작되자 아빠가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주사 바늘이 조금만 아파도 간호사에게 불... 기억속 작은 책방 | 2008.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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